“아이들의 운동장, 가장 건강하고 안전해야”

2016-08-15     김순관

아직도 일부 학교 우레탄 트랙 선호
호르몬 교란·뇌 발달 저해 등 우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유해물질이 초과 검출된 우레탄 운동장을 보유한 도내 96개 학교를 대상으로 운동장을 새롭게 포설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우리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기본 교체 방침을 ‘천연잔디’와 ‘마사토’로 정했다. 구체적인 교체 방침은 천연잔디 운동장 밖 원주로 우레탄 트랙은 천연잔디나 마사토를, 인조잔디 운동장 밖 원주로 우레탄 트랙은 마사토를 포설하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학교별 자체 의견 수렴 결과를 지난 9일 최종 수합했다. 10일 현재 의견수렴 중인 학교 19곳을 제외한 77개교 가운데 61개(79%)가 천연잔디(35개교)와 마사토(23개교) 또는 천연잔디·마사토 혼합(3개교) 형태로 교체하기로 했다.

교체 대상에서 왜 우레탄 트랙을 제외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납·카드뮴·수은·육가크롬 등 4종류로 우레탄 유해물질을 검사하고 있다. 앞으로 선진국 기준의 30종으로 강화되면 또 다시 유해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또한 국가기술표준원이 우레탄 유해성 검사 대상에 환경호르몬으로 지정된 프탈레이트(우레탄을 말랑말랑 해주는 성분)를 추가해 기준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우레탄 트랙의 위험성이 더욱 크게 제기될 것이다.

성장기 아이들이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면 호르몬 교란·뇌 발달 저해·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악화 등에 영향을 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중금속은 피부로 들어오지 않지만 프탈레이트는 피부를 통해 체내에 들어올 수 있어 더 위험하다.

한국표준규격(KS) 인증을 받은 친환경 우레탄을 쓰면 된다고 하지만, 우레탄 자체가 석유 화학 제품이며 KS가 친환경의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근본적인 안전성을 검증하기 전까지는 우레탄 트랙으로 교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안전성 검증을 기다리다 보면, 교체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질 것이다. 교육과정 운영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트랙 교체가 시급하다. 우레탄 운동장 안전성 검증 결과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시기적으로도 우레탄 운동장 포설이 쉽지 않다.

야외 노출 시간과 자연 부식 등을 고려하면 7년 만에 우레탄 트랙을 교체해야 해서 예산 낭비도 우려된다. 특히 아이들이 흙 운동장에서 흙을 밟고 만지는 경험은 건강과 정서를 함양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우리 교육청은 운동장 교체의 중요성을 감안해 2차에 걸쳐 의견 수렴을 했다. 1차 조사에서는 우레탄 트랙 선택 비율이 높게 나왔다. 이후 학교 운동장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 현장과 재차 논의를 거쳐 2차 조사를 실시했다. 학교에서는 운동장의 안전성을 중요하게 인식해 학교 구성원과 충실히 소통했다. 그 결과 천연잔디와 마사토 선택 비율이 1차 조사에 비해 많아졌다.

아직도 적지 않은 학교가 우레탄 운동장을 원하고 있다. 새로운 운동장은 ‘속도’와 관리 편의보다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교육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레탄을 선택한 학교와 시간을 두고 다시 충실히 소통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가장 건강하고 안전한 운동장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

이 지면을 빌려 도민과 교육가족들에게 부탁드리고자 한다. 학교 운동장 교체는 아이들의 건강,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고, 도민들이 합의하는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본질에 입각한 현명한 지혜와 방안을 모아주길 거듭 부탁드린다.

앞으로 우리 교육청은 2년 동안 방학기간을 이용해 우레탄 트랙을 교체할 계획이다. 한번 바꾸더라도 건강과 안전이 지속가능하게 보장될 수 있는 운동장을 설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그 과정에 도민들의 지혜와 마음을 충실히 모아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