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에 그치는 곶자왈 관리

2016-08-14     제주매일

제2공항 예정지 인근 곶자왈을 무단으로 훼손한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또다시 적발됐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것으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제주자치경찰단은 기획부동산 농업법인회사를 설립, 구좌읍 세화곶자왈 일대 산림을 무차별적으로 훼손(毁損)한 알선책 송모(63)씨와 부동산업자 윤모(39)·이모(41)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2공항 예정부지 발표 전인 지난해 8월 3.3㎡당 8만원씩 2억7500만원 상당의 땅을 매입했다. 토지분할과 도로개설을 통해 건축행위가 가능하도록 해주겠다는 브로커 송씨의 제안을 따른 것이다.

이후 제2공항 부지가 발표되자 텔레마케터 100여명을 동원해 전국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그리고 올해 2월까지 86명에게 분할된 토지를 26억원(3.3㎡당 83만원)에 되팔아 23여억원의 시세차익(時勢差益)을 챙겼다.

해당 지역은 곶자왈 지대로 개발행위가 엄격하게 제한된 곳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1만여㎡의 임야에 있던 해송과 팽나무 등 1800여 그루를 대형굴삭기를 동원 뿌리째 뽑아내 불태운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경사진 땅을 평탄화하고 진입로를 넓히면서 국토부가 관리하는 5408㎡의 산지도 무차별 훼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피해면적 및 훼손규모가 너무 광범위해 원상복구가 어렵다고 말한다. 바로 여기서 곶자왈 관리의 가장 큰 문제점이 드러난다. 이 같은 불법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지만 사전 예방은 고사하고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조치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죽은 뒤 약을 처방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곶자왈 등 우리의 환경도 마찬가지다. 한번 훼손된 자연을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사전 예방이 최선의 방책인데도 똑같은 일, 똑같은 조치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관련당국의 직무유기(職務遺棄)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제2공항 예정지 인근 땅투기와 산림훼손 등의 불·탈법은 그 누구라도 예견했던 바였다. 이를 알면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행정은 뒷북만 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예의 ‘인력 부족’ 운운은 핑계에 불과하다. 당국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이 같은 일들을 뿌리뽑지는 못할지라도 이에 상응하는 충분한 효과를 거양할 수가 있다. 원희룡 도정이 제주의 미래 핵심가치로 내건 ‘청정과 공존’도 곶자왈 보존 등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충실해야 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