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가 앞장서 갈등 부추기나

2005-08-04     제주타임스

1.

지난달 27일 제주도 행정계층구조 관련 주민투표 이후 제주도와 시군자치단체간  또는 산남과 산북지역 주민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추슬러 도민통합을 이뤄야 할 제주도 당국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도의 처신에 도민적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행정계층구조 개편 주민투표에서 시군의회 폐지와 4개 자치 시군을 폐지하고 2개 행정 통합시로 개편하는 이른바 단일행정구조인 혁신안이 선택되자 도청 공무원들로 구성된 제주도 특별자치도 기획단이 발빠르게 공직체제 정비를 포함해서 시군 조례나 규칙을 광역으로 묶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종 공부 정리도 함께다.

분명히 현행 4개 자치시군체제와 4개 시군의회 체제가 살아있는데다, 혁신안보다 점진안 비율이 높게 나온 산남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헌법재판소에 청구된 ‘권한 쟁의 심판’ 등 민감한 부분이 정리되지 않는 상태에서 도가 너무 혁신안을 기반으로 한 특별자치도 기획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

이 같은 도 당국의 일방적 단일행정계층구조 개편 작업추진은 가뜩이나 불만이 많은 산남지역 주민들과 기초단체 및 기초의회 의원들을 자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안을 상정하려면 시기적으로 촉박한 감은 없지 않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일의 선후를 바꾸어서는 곤란하다.
행정계층구조 개편 관련 주민투표가 지역 주민의 의사를 묻는 것이었다면 그 결과에 따른 각종 작업도 지역 주민의 의사에 반해서는 아니된다.
이번 주민투표와 관련해서 서귀포시 주민들과 남제주군 주민들은 혁신안보다는 점진안을 지지했다.

그렇다면 도 전체로 묶어 혁신안이 선택되었다 하더라도 이들 산남지역 주민들의 선택도 존중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래야 지역적 소외감과 산남지역 주민들의 투표결과의 박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소외감과 박탈감 해소에 앞장서야 할 조직이 제주도 당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 당국은 일방적 단일 행정구조 개편 작업에 앞서 산남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순서다.

3.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도지사가 나서야 한다. 도청 공무원들도 자중자애 해야 한다.
도의회 의원들도 각각의 몫을 담당하여 도민화합에 나서야 할 것이다.
도지사는 우선 4개시장 군수들과 만나 이번 주민투표에서 불거진 갈등을 풀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군의회 의원들도 접촉하고 해당 지역주민들에게도 진솔하게 다가서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지역발전을 통한 제주의 미래를 엮어 갈 믿을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주민의 동의을 얻어야 할 것이다.
산남지역에 혁신도시를 건설한다든지 교육겴픽퓖문화 등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수 있는 시설이나 기구를 통해 산남인구 확대 대책도 밝혀야 한다.

2개의 행정 통합시 체제는 산북지역과 산남지역 간 격차를 더 심화 시킬것이라는 지역주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방안도 내놔야 한다.
이같은 일련의 작업을 통해 주민갈등과 분열을 치유한 다음에, 그래서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얻은 다음에, 행정계층구조 관련 작업을 하는 것이 순서이며 순리다.
도지사의 통합적 리더십은 이렇게 일으켜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