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셉테드' 부실 운영...제주 범죄예방 '건성건성'
2억3600만원 투입 불구 무근성 일대 시설 '유명무실'
속보=얼마 전 새벽 시간대에 제주 시내 공중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낯선 남성으로부터 피습을 당하는 사건(8월 9일자 4면 보도, 8월 10일자 4면 보도)이 발생하면서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범죄 예방을 위해 현재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이하 셉테드)’ 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업 내용과 관련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사업은 2013년 도와 경찰이 제주도 내 범죄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범죄 사각 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지금까지 총 2억3600만원이 투입돼 제주시 삼도2동 무근성 일대에 폐쇄회로(CC)TV, 가로등, 비상벨, 그림 등이 설치됐다. 올해에는 제주시 일도2동 일대에 사업비 3억원이 투입돼 설치 진행 중이다. 앞으로 제주시 서초등학교, 서귀포 시민회관 등 3곳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설치가 완료된 곳이 부실하게 운영되면서 해당 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8일 오후 11시께 셉테드 설치가 완료된 제주시 무근성 일대를 둘러본 결과 곳곳에 페인트로 칠해진 안내 표시가 지워져 있거나 일부 구간의 경우 조명이 고장 나면서 주위가 깜깜했다. 인근에 사는 박모(23‧여)씨는 “퇴근길에 이곳을 꼭 거치는데 어두워서 많이 무섭다”고 말했다.
더욱이 도에서 이곳에 모텔 등 24시간 영업 중인 업소 등을 대상으로 ‘지킴이집’ 3곳을 지정해 안내 표지판에도 실렸지만, 현재 2곳은 폐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지킴이집으로 선정된 모텔에서도 현행 셉테드 사업에 대해 불만을 내비쳤다. 모텔 주인 고모(73)씨는 “도에서 가게 앞에다가 지킴이집이라는 안내판만 설치하고, 어떻게 대응하라는지 아무런 얘기도 없다”며 “사건이 터지면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러한 부실 논란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지적된 문제점에 대해 8월까지 개선하겠다”며 “지킴이집의 경우 사생활 침해 문제가 있어서 앞으로의 사업에서는 제외하고 폐쇄회로(CC)TV, 비상벨, 가로등 중심으로 셉테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