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예재단 제2 창립’을 기대하며
‘문화예술의 섬 창의발전소,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의와 혁신의 제2 창립시대를 열다’ 다소 길지만 박경훈 신임 이사장이 내건 슬로건이다.
박 이사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하는 사람이 되겠다”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취임사의 핵심은 ‘창의(創意)와 혁신(革新)’으로 요약된다. 이는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겠다”는 그의 발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재단 출범 15년을 맞은 올해 ‘제2의 창립’을 천명한 것도 시대적 욕구를 적극 대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 이사장은 대학 시절 ‘주민등록증’ 연작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만큼 정체성(正體性)이 강했다. 그리고 현기영 선생의 ‘순이 삼촌’과의 만남은 그를 화가에서 문화운동가로 나아가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후 그는 문화예술판에서 잔뼈가 굵었다. 화가와 문화기획가로 활동하며 제주민예총과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 등을 지냈다. 때문에 문화 현장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원희룡 도정의 제주문화예술 정책 수립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것도, 그의 지론인 ‘예술은 현실과 동떨어져선 안 된다’는 연장선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아직도 성이 안찬다. “원희룡 도정 들어 문화의 가치를 높이는 슬로건을 걸고 적극적으로 문화 관련 정책들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도민들에게 문화예술이라는 것은 와 닿지 않는다”는 토로도 그래서 나온다.
앞으로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해야 할 일은 무척 많다. 특히 연(年) 30억원이 넘는 문화예술 지원기금을 적재적소에 배정해야 하는 등 책임 또한 막중하다. “나는 호불호(好不好)가 많이 갈리는 사람”이라고 자평하듯, 박 이사장 취임과 관련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현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같은 우려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일’로 승부를 걸기 바란다. 이제 박 이사장은 ‘개인’에 앞서 도내 문화예술계 전반을 아우러야 하는 재단의 ‘수장’이다.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기 전에 다른 사람의 의견부터 폭넓게 경청해야 한다. 고집은 세지만 편협(偏狹)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잘 하리라 믿는다.
“창의와 혁신으로 문화예술의 섬 제주의 엔진을 가속화시켜 제2의 창립시대를 여는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에 달렸다. 박경훈 이사장의 다짐과 열의가 2년 후 알찬 결실(結實)을 맺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