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

2016-08-10     강연호

지방자치 병폐 중 하나 인사 분야
‘인사가 만사’ 지사 혁신 약속 기대

제주특별자치도의 2016년 하반기 정기인사가 지난달 28일자로 이뤄졌다. 조직개편 직제변경에 따른 발령을 제외해도 무려 1400여명의 공무원이 자리를 옮겼다.

이 가운데 승진자가 267명에 이른다. 이들은 그동안 나름의 경력과 노력, 그리고 성과가 인정되었기에 축하받을 일이다. 반대로 승진자의 2~3배에 이르는 승진후보자들은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인사철만 되면 공직사회가 늘 어수선하다. 인사정보를 교환하고 거기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들은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여 퍼뜨리기 일쑤다. 물론 맞는 내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내용이 상당수다.

확대 재생산된 정보들을 토대로 각자는 승진이나 좋은 보직을 받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다. 아마도 인사를 앞두고 한 달쯤은 이런 일들이 예나 지금이나 반복되는 듯하다. 일손을 놓다시피 하니 현안이나 담당업무가 제대로 처리 될 리 만무하다. 인사철 공백기인 셈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은 공무원들이 승진을 지상최대의 목표로 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물론 공무원이라면 누구든지 승진 욕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욕’은 안된다. 법령을 준수하며 국민의 편에 서서 정직과 성실로 직무에 전념하겠다는 공무원 임용 시 선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행정업무를 꾸준히 수행해 나가면서 경험과 경륜, 그리고 행정수행능력을 갖추다 보면 부산물처럼 따라 오는 것이 승진이라는 공무원 재직 중의 나의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래서 각 직급별로 일정한 승진소요연한을 제도화 시켜 놓은 것이다.

지방자치제 도입으로 공직사회 내부에서 가장 심각한 병폐 중의 하나가 바로 인사 분야인 것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다. 주권을 가진 국민의 수임자로서 책임을 다해 공익을 추구하고,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이런 의무를 다 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공무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머리와 손으로 일하지 않고 입으로만 하는 공무원, 손 하나 까딱 않고 있다가 부하 직원이 작성해온 문서를 자신이 직접 한 것인 양 상관에게 보고하는 공무원, 인사철만 다가오면 주위에서 들은 내용을 과장해 퍼뜨리는 공무원, 어쩌면 교체돼야할 사람이 자기인 줄도 모르고 소속 부서 특정인을 꼭 바꿔달라는 공무원, 승진 경쟁자에 대한 근거 없는 험담을 하는 공무원 등. 정말 ‘밉상’들이다.

동료 직원이나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과 상관만을 의식하는 공무원이 문제다. 위만 쳐다볼 게 아니라 주위를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희망하는 직위 또는 직급에 맞는 책임감과 전문성은 있는지, 검증된 업무성과는 있는지, 다수의 동료 직원들이 수긍하고 공감하는지도 스스로 생각해 볼 일이다.

모든 공직자들이 승진을 지상최대의 목표로 삼는다면 인사권자의 눈치를 살펴야 할 것이고, 담당업무는 당연히 소홀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들은 누굴 믿어야 하는 걸까.

인사가 만사라 했다. 공정하지 못한 인사는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박탈감만 안겨 줄 뿐만 아니라 위화감을 조성하여 직원 간의 화합을 깨뜨린다.

이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인사제도, 예측 가능한 인사시스템을 통하여 능력 있고 성실한 공무원이 맡은 바 소신 있고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공정한 공직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앞으로 우리 제주특별자치도의 발전을 위한 선결 과제다.

원희룡 도정 들어 몇 차례의 인사가 이루어졌다. 위에서 열거한 많은 병폐들이 점차 개선되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가져본다. 언젠가 도정질문 때 편가르기식 인사혁신을 얘기했더니 지사는 “그런 인사혁신을 하기 위해 도지사직을 맡고 있다”고 했다. 그 대답의 진실함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