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의 요람 해조장

2016-08-09     홍성완

어류·해조류 바다 생태계의 중심
재생사업 성공 위해 역량 모아야

해조장(海藻場)이란 연안역 해저에서 여러 종류의 해초나 해조가 군락을 형성하고 서식하고 있는 장소를 가리킨다. 제주바다에서는 종자식물이며 유일하게 꽃을 피우는 해초인 잘피와 해조로 분류되며 이용 가치가 있는 톳·우뭇가사리·모자반류·미역과 감태 등이 대표적인 종이라고 볼 수 있다.

해조장은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물의 은신과 산란 공간을 제공하고 질소와 인 등의 영양염을 흡수하며, 광합성을 통해 물의 정화와 바다 속으로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면서 연안역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해조장은 제주바다의 보고이며 수많은 생물들의 요람인 곳이다.

해조장을 이루는 식물체 자체가 제주해녀들의 소득원인 전복·소라·성게 등과 같은 여러 생물들의 먹이가 될 뿐만 아니라 해조류에 부착하여 살아가는 미세한 조류나 미생물은 소형 갑각류나 고둥류와 같은 권패류의 먹이가 되고 있다. 이러한 소형 생물이 해조장에 존재함으로서 소형 생물을 먹이로 하는 어류도 모여들기 때문에 해조장은 생물 다양성과 생산력이 높아 예부터 중요한 어장으로서 이용되어져 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바다에서는 다양한 해조류가 소득원으로 큰 역할을 했다. 지금은 거의 소실되고 있는 홍조류인 갈래곰보(독고달)와 볏붉은잎(고장초)은 일본으로 수출되어 어촌마을의 경제를 뒷받침했던 효자 품종이었다. 또한 잘피와 괭생이모자반은 농업의 비료로서도 이용되는 시기도 있었다.

제주바다의 해조장은 육상의 초원이나 삼림에 견줄만한 높은 1차 생산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산업 측면이나 연안 생태계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위치에 있다. 예를 들어 대형 해조류가 자라고 있으면 질소와 인 등의 영양염을 다량 흡수하게 되나 대형 해조류가 존재하지 않으면 육상으로부터의 영양염이 풍부한 물이 흘러 들어와 식물플랑크톤이 급격히 번식하면서 녹조나 적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잘피와 같은 해초는 모래에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기 때문에 해저의 저질을 안정화시켜 파랑 등으로부터 모래가 이동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연안역 매립과 준설에 의해 해초와 해조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있으며, 육상개발에 따라 토사가 바다로 흘러 들어오면 해수의 투명도가 낮아 광합성에 필요한 광량이 모자라 해조장이 발달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구의 온난화에 의한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농약 등의 화학물질과 유해물질로 인해 수질오염이 가증되면서 제주바다의 요람인 해조장이 사라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해조장 재생과 복원을 위해 2007년부터 해중림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국가 차원에서 ‘바다숲 조성’이라는 대규모적인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기 위해서는 어업인·어업조직과 행정 및 시험연구기관 등이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여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행정에서는 재정 지원과 정보 제공, 그리고 관계자간의 의견 교환과 이해 증진을 위한 워크샵 개최와 어업지도자 육성이 필요하다.

시험연구기관에서는 해조장 실태에 관한 자료 수집과 분석, 해조장의 감소 방지 및 재생기술 연구개발과 기술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어업인과 어업조직에서는 해조장의 보전 활동과 유지관리에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건전한 제주바다의 해조장 재생을 위해서는 어업인과 관계기관만이 아니라 민간기업과 단체 등 모든 도민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마련됐으면 한다. 해조장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제주바다의 해조장은 단순히 바다생물의 서식공간만이 아니라 청정함과 풍요로움을 선사해 주는 소중한 공간으로 인식돼야 한다. 지역의 역량을 모아 제주바다를 살찌우는 해조장 재생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