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쓰레기’ 예산낭비·보안문제 없나

2016-08-01     제주매일

이사를 하면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필요’와 ‘불필요’의 중간지점 또는 불필요 쪽에 가까웠던 물건이나 책자 등을 선뜻 버리지 못하다가 이사를 핑계로 ‘정리’하곤 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 대규모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한 제주특별자치도 또한 인사 당사자들이 이사를 다니며 적지 않은 쓰레기를 배출했다. 더욱이 ‘대규모’ 조직개편에 따른 부서 재배치까지 이뤄지면서 정리 대상 쓰레기가 더욱 늘었다. 1t 트럭 여러 대가 실어 날라야 했다고 한다.

문제는 버려진 쓰레기가 쓰레기 같지 않았다는 점이다. ‘불필요’ 판정에 따라 쏟아진 쓰레기 가운데 적지 않은 양이 멀쩡한 백서와 용역보고서 등이었다. 트럭 몇 대에 실려 나갈 정도의 백서와 용역보고서 전부가 정말 불필요한 것들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제주도가 발주하는 용역은 보통 몇 천 만원, 많게는 수억원과 그 이상도 투입되는 데 이번에 버려진 백서나 보고서 중에 이러한 용역의 결과물은 포함돼 있지 않은 지 의심스럽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용역보고서 등은 당장은 물론 차후 정책 수립과 결정을 위한 ‘참고서’로서의 기능이 충분한 경우가 많다. 성급한 폐기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세금이 투입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들 스스로의 돈으로 만든 책자라면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동일한 책자가 상당량 폐기되는 사례도 목격, 필요 이상으로 제작에 따른 예산 낭비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제주도 공무원들이 버린 쓰레기에는 각종 서류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보존기간이 지난 것들이고 파쇄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100%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버려진 ‘결산자료철’ ‘일반 서무’ ‘공무국외여행철’ 등에 대외비의 내용 또는 공무원들의 정보가 담겨 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유비무환이라고 보존기간이 지난 문서라 하더라도 파쇄 후 폐기하는 방안이 필요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