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면 일자리가 보인다”
구직난·구인난 동시 ‘미스매치’
적극적 고졸 취업 확대가 대안
청년들이 흔들린다고 한다. ‘어른들은’ 그들을 보듬어주기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당연한 것처럼 여긴다. 청년들을 흔들고 아프게 하는 게 기성세대가 만들어가는 사회임에도 말이다.
모 방송국 프로그램 ‘신입리얼도전기 루키’는 대한민국에서 사회초년생으로 살아가는 청춘들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입사 첫 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는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3명의 신입사원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힘들어한다. 나아가 향후 정직원 채용 여부에 대한 불안함에 고민하는 모습을 통해 ‘취업’이 끝인 줄 알았던 그들에게 직장의 현실은 또 다른 산으로 다가선다.
청년 취업이 쉽지 않다. 취업을 위해서는 9가지의 스펙(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공모전 입상·인턴경력·사회봉사·성형수술)이 구비돼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높은 청년실업률로 인해 좌절한 청년들이 늘고 있다. 희망도, 의욕도 없이 무기력해진 모습을 빗대어 ‘달관세대’라는 말로 요즘 청년들을 표현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라는 모 광고카피가 현실이 되고 있다. 취업난과 치솟는 물가, 비싼 등록금 등에 이것저것 가리지 못하고 전체를 포기하는 ‘전포세’대로 이 시대 청년들을 내모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데 문제는 ‘일할 곳’이 없지는 않다는 점이다. 취업을 하고자 하는 구직자가 많은 만큼 구직자를 찾는 구인기업도 많다. 서로 찾지 못해, 서로 엮이지 못해 ‘구직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미스매치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높아진 대학 진학률 등 높아진 학력수준이다. 대졸자들이 만족할 만한 일자리가 충분히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무에서 일자리 지원업무를 하다보면 청년구직자를 찾는 중소기업들은 많은데, 여기에 취업을 하고자하는 청년들은 실제 많지가 않다.
상당수의 청년 구직자들은 당장 중소기업에 직장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 높은 연봉과 복지혜택, 안정된 고용형태, 근로환경 등의 ‘높은 눈높이’ 때문에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해바라기 구직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비판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비싼 등록금으로 인한 학자금 대출과 치솟는 물가 등으로 청년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빚더미에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책이 필요하다. 고졸취업의 확대가 고용시장의 미스매치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공기업 및 대기업·은행권 등을 중심으로 고졸채용활성화 정책이 추진되며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스펙을 초월하는 고졸채용과 ‘선 취업 후 진학’제도 도입, 일·학습병행제 등 다양한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고졸 취업을 늘리기 위한 노력들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다. 여전히 존재하는 특성화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과 고졸자에 대한 취업현장 및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우선 취업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게 아니라 성적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특성화고에 진학했을 것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문제다. 그러다보니 졸업 후 취업보다는 진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아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낮아지면서 특성화고가 ‘특성’을 잃어가고 있다. 설사 취업이 되더라도 여전히 ‘초·중·고-대학-취업’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혀있는 부모를 설득하는 것도 쉽지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매년 50만명이 배출되는 대졸자 중 10%만이 자신이 원하는 대기업에 취업하는 현실에서 뚜렷한 목표 없이 대학진학만을 고집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선택인가 고민을 던져본다. 이제는 고졸 취업에 대한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고졸 취업 정책이 지역사회의 지지와 관심을 이끌어내고 학력 차별 없는 열린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