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낭비로 끝날 강정 ‘크루즈 거리’

2016-07-27     제주매일

강정마을 ‘크루즈 관광테마거리’ 조성사업이 기존 계획보다 크게 축소되면서 예산 낭비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휴식 및 조경 공간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지만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사업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초 이 사업은 128억원을 투입해 1만5000여㎡ 부지에 ‘걷고 싶은 거리’를 비롯 쇼핑 스트리트 등을 조성할 예정이었다. 크루즈터미널 공원 및 해양관광테마 강정항 조성과 맞물린 대규모 사업으로 구상 초기 큰 기대를 모았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공사가 완료돼야 했다.

하지만 민선6기 제주도정이 출범한 2014년, 해군기지 진상(眞相)규명 요구가 빗발치면서 민군복합항 관련 지역발전사업이 일체 중단됐다. 크루즈 관광테마거리 역시 이때 함께 멈춰 섰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 공사 입찰공고로 사업이 재개(再開)됐지만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총사업비가 128억원에서 39억원으로 반토막도 아닌, 3분의 1로 크게 줄었다. 토지 매입난 등을 이유로 사업면적 또한 1만5000㎡에서 4460㎡로 축소된 상태다.

여기에 들어서는 시설도 휴식 및 조경공간(3247㎡)과 주차장(1214㎡)이 고작이다. 이를 놓고 ‘크루즈 관광테마거리’란 거창한 이름을 붙이고 있으니 도민의 입장에서도 민망스러울 정도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국내외 관광객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휴식 공간’이 될 것이라 홍보하고 있다. 이 정도의 휴식공간은 돈을 들여 새로 조성을 하지 않더라도 도내 곳곳에 산재해 있음을 당국이라고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인해 정부나 지자체에 대한 신뢰(信賴)가 바닥난 상태에서 불요불급한 사업을 서두르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정마을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할 해법(解法)이지, 관광객이나 주민을 위한 휴식공간이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강정마을에 이름 뿐인 ‘크루즈 관광테마거리’를 조성하는 것은 효율성이나 타당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39억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 결과를 뻔히 알면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혈세 낭비일 뿐더러, 강정마을의 현실을 왜곡하고 도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번 사업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함만 못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