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신 못 차린 ‘黨政靑’

2016-07-25     김계춘

총선 참패 새누리 ‘집안싸움’ 여전
정부도 ‘사드’ 등 無力感 노출
청와대는 ‘우병우 의혹’ 일파만파

朴 대통령 ‘삼각波高’ 위기 직면
‘아집과 독선’ 아직 못 버려
인재 골고루 등용 協治 펼쳐야

폭염(暴炎)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민들의 짜증을 한층 돋우는 것이 있으니, 현 집권세력이면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당정청(黨政靑)의 모습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 4·13총선에서 1여-2야 구도 속에서도 대참패를 당했다. 당초 개헌선은 못 돼도 최소한 과반 의석은 가능하리란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고, 제2당으로 급전직하했다.

가장 큰 원인은 이른바 친박(親朴)이 주도한 공천 갈등 등 ‘집안싸움’이었다. 오죽했으면 콘크리트 지지층인 영남권과 중도층마저 그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에 진저리를 치며 등을 돌렸겠는가. 오만불손한 집권세력에 대해 국민들이 매서운 회초리를 휘두른 것이다.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었다. 만신창이 당을 추스르려 ‘비상대책위’까지 출범했으나 그 못된 버릇은 또다시 도졌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최경환 의원의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에 이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4·13총선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재 새누리당은 내홍(內訌) 상태로 접어들었다.

녹취록엔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을 압박해 지역구를 옮기게 한 ‘서청원 구하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와 관련 ‘공작정치’ 당사자인 친박계는 아무런 반성이나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박계를 겨냥 ‘음험한 공작정치’ 등을 운운하는 중이다.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당에 과연 이 나라의 장래를 맡길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환골탈태(換骨奪胎) 등의 비상한 각오 없이는 내년 대통령 선거마저 물 건너 갔다는 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당정청의 한 축인 정부 또한 무력(無力)하긴 마찬가지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어설픈 대응은 국론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를 장기간 끌며 지역갈등을 초래했던 정부가 사드조차 깜깜이로 일관 밀실행정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사드가 들어설 성주를 찾았던 황교안 국무총리는 반대 주민들에게 물과 계란세례 봉변을 당했다. 예전 같으면 여론이 반전(反轉)됐을 상황이건만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不信)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드 배치를 발표하는 시각에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쇼핑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창조과학부 사무관의 갑질 논란이 물의를 빚고, 성매매 서기관은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공복(公僕)이라고 불리는 공무원들이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가운데 공직기강은 여름 땡볕에 흐물거리는 아스팔트처럼 해이해져 있으니 정부에 대한 신뢰가 생길 리 만무하다.

당정청의 콘트롤 타워인 청와대의 상황도 꼬여만 간다. 자고 나면 잇달아 불거지는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의혹은 점입가경 그 자체다. 진경준 검사장 비리 눈감아주기에다 아들의 의경복무 특혜, 강남역 부동산 다운계약서 의혹 등이 추가로 제기되는 등 그야말로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진경준 건은 대한민국 역사상 현직 검사장이 처음으로 구속된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다른 건 논외로 치고 이 사안 하나로도 우병우 민정수석은 부실(不實) 검증의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도 우 수석은 꿈쩍도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술 더 떠 방패막이를 자임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민정수석에게 치마폭에 숨지 말라고 했더니, 오히려 박 대통령이 나서 방어막을 쳐줬다”며 “이는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정면대결을 선언한 것”이라 꼬집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정청 삼각파고’란 대형 악재에 직면해 있다. 이를 슬기롭게 돌파하려면 솔직한 사과 및 반성과 함께 진정어린 협치(協治)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지금 국민들 눈에 비친 박 대통령은 아직도 일방통행식 오기와 독선으로 똘똘 뭉쳐 있는 모양새다.

‘정관(貞觀)의 치(治)’를 이룬 중국의 당 태종 곁에는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위징과 같은 현신(賢臣)이 있었다. 위징이 죽은 후 당 태종의 자신감은 점차 아집으로 바뀌어 갔다.

박근혜 정권이 현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실패한다면 스스로나 나라에도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같은 결과는 자신의 ‘수첩’에만 매달려 인재를 고루 등용하지 않은 ‘아집(我執)과 독선(獨善)’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역사에는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