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문냉방’ 만연 줄줄새는 에너지

닫았을 때 보다 3.4배 전력
고객 유치 위해 문 열어 놔
산자부 공시안해 단속불가

2016-07-21     고상현 기자

21일 오후 제주시 연동에 있는 바오젠 거리. 이날 오전 제주도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서 무더웠지만, 외국인 관광객 등 행인들은 땀을 흘리고 있을 틈이 없어 보였다. 상점 대부분이 출입문을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틀어 놓는 이른바 ‘개문(開門)냉방’ 중이었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만난 고모(31‧여)씨는 “거리에 차가운 바람이 나와 시원해서 좋긴 한데 전력 낭비가 좀 심한 거 같다”고 말했다.

제주 지역에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일부 몰지각한 상인들의 개문냉방 영업 행태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날 기자가 직접 바오젠 거리 일대 상점을 돌며 확인한 결과 가게 대부분이 문을 열고 냉방을 하고 있었다. 특히 일부 가게의 경우 입구부터 서늘함을 느낄 만큼 차가운 바람이 강력했다. 한 대형 의류 매장 점원은 “손님 유치를 위해 다른 가게들도 문을 열어놓기 때문에 문을 닫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제주시에 따르면 개문냉방 영업은 단속 대상이다. 개문냉방이 초래하는 전력 낭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실외온도 32도를 기준으로 실내온도를 22도로 유지하려면 문을 닫았을 때보다 열었을 때 최대 3.4배나 전력이 많이 든다.

이에 따라 2013부터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전력 사용이 급증해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7∼8월에 한해 집중단속을 펼쳐 왔다. 단속은 보통 산업통사자원부(이하 산자부)에서 ‘에너지사용 제한에 관한 공고’를 발표한 이후 일주일간 계도기간을 거쳐 1차 적발 시 경고 조처하고, 2차 적발 시 50만원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아직 산자부에서 공시하지 않아 현재 단속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산자부에서 여름마다 전력 수급 등을 따져 단속을 어떻게 하라는 내용의 공고를 발표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아직 발표가 안 됐다”며 “영업 이익도 중요하지만, 공공재인 전기가 낭비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인 만큼 가게 자체에서 개문냉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