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앞둔 ‘풋귤’ 시행규칙 등 서둘러야

2016-07-20     제주매일

제주도와 도의회는 지난달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미숙(未熟) 감귤인 ‘풋귤(청귤)’을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해 농가 소득을 높인다는 것이 조례 개정의 목표다. 그러나 시행도 하기 전부터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현재 논란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다. 잔류농약 안전성 문제와 유통기준 미비가 바로 그것이다. 농약 안전기준은 완숙과(完熟果)에 한해 적용되는 것으로 미숙과인 ‘풋귤’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주도는 농가에서 농약관리법을 준수하고 출하 후 세척을 할 경우 문제가 없다며 잔류(殘留) 농약에 대한 안전성을 자신하고 있다.

이 같은 ‘섣부른 자신감’은 미숙감귤인 ‘풋귤’에 대한 농약 안전성 등의 연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아주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전문가는 농약 집중 살포기간(6~8월)에 수확 유통되는 ‘풋귤’에도 농약이 남아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유통되다 잔류농약이 발견될 경우 자칫 ‘농약감귤’이란 오명(汚名)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 이게 현실화된다면 전체 감귤에 미칠 영향은 그야말로 치명타가 될 것이다.

아무런 기준이 없는 ‘풋귤 유통’도 큰 문제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출하를 희망하는 농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며 “행정은 ‘풋귤’의 수매와 유통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제 도에서 다 해 줄 것이란 생각을 버려야 하고, 시장 환경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어딘가 어색하다. 지금도 완숙과에 대해선 당도와 크기 등을 일일이 제한하며 시장(市場)에 개입하는 농정당국이 ‘풋귤’에 대해선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다. 마치 다 큰 어른은 하나부터 열까지 돌보면서, 이제 걸음마도 떼지 않은 아이에겐 네가 알아서 크라는 투다.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관련 조례는 무엇 때문에 개정했는가. ‘풋귤’을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 농가소득을 높이겠다고 공언(公言)하면서도 시행규칙 제정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지금 농민들이 불안해하며 요구하는 것은 행정이 맡아서 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장치, 즉 가이드라인이라도 설정해 현장의 혼란을 줄여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