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검찰의 위기

2016-07-20     김철웅

범행 자백하는 진범 풀어준 검사
엉뚱한 시민 강도로 징역살이
‘삼례3인조 재심’ 진실 밝힐 기회

진경준 검사장 현직 최초 구속
연수입 100억 홍만표 전 검사장도
후배 검사 자살 내모는 부장검사

“저희가 진범입니다” “아니야 너희들은” 용의자와 검사가 범행 여부를 놓고 ‘기싸움’이다. 그런데 그림이 이상하다. 용의자들은 범죄를 부인하고 검사를 이를 시인하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데 거꾸로다. 그것도 단순절도 정도가 아니라 ‘살인’ 사건을 놓고 벌어지는 공방이다. 결국 권력을 쥔 검사가 이긴다. 검사는 자백에도 불구, 용의자들을 풀어준다.

그야말로 코미디다. 그러나 대한민국 검찰이 1999년11월 전주지검에서 연출한 실제 상황이다. 당시 부산지검에서 필로폰 투약혐의로 조사를 받던 3명이 ‘살인범죄’를 자백하자 사건을 담당하던 전주지검으로 용의자들을 이송한 뒤 벌어진 일이다.

문제의 사건은 이른바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이다. 1999년 2월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 주인 유모(76세·여)씨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살해하고 25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사건 열흘 뒤 체포된 용의자들은 18~20세의 동네 청년 3명이었다. 경찰은 범행을 자백했다며 검찰에 송치했으나 이들 3인조는 현장 검증에서 범행을 ‘재연’해 내지 못하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여기에 더해 담당 검사는 진범 ‘부산3인조’를 풀어주고 ‘삼례3인조’를 기소했다. 결국 이들은 징역 4~6년을 복역했다.

그런데 17년이 지난 사건의 반전이 일어났다. 부산3인조 가운데 1명이 삼례3인조를 찾아가 사죄하고 이를 토대로 이뤄진 재심청구 재판에서도 진범임을 자백한 것이다. 지난 8일 전주지법의 재심 결정에 이어 전주지검이 항고를 포기, 재심이 확정됐다.

일반 형사사건에서 재심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그만큼 법원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 국민이 준 권력으로 국민에게 덧칠한 주홍글씨를 지울 기회가 생겨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자백하는 범인은 풀어주고 엉뚱한 시민을 강도로 만들어 억울한 옥살이를 시킨 대한민국 검사다. 그야말로 자신의 경력에 누가 될 과오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국민을 희생시켰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검사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검사를 위해 국민이 존재한다는 인식에 다름 아니다.

대한민국 최초 ‘현직 검사장 구속’이란 진기록을 작성한 진경준 검사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7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 김정주 회장에게 4억여원을 받아 2006년 넥슨재팬 주식 등을 매입했다 매도하면서 120억 원대 차익을 올렸다.

특히 진 검사장의 경우 검사 본연의 업무인 ‘수사’보다 기획 부서에서 일을 많이 한 게 개인적 치부를 위해 검찰을 이용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재보다 잿밥에 눈독을 들인 셈이다.

진 검사장의 이율배반적인 언행도 우리를 ‘웃프게’ 한다. 검사 초임이던 1996년 서울지검 형사부 근무 당시 6000원짜리 열차표를 1만원에 판 회사원을 구속기소했다. 당시 진 검사는 “암표 판매행위는 피서객이나 귀향객들의 심리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올리는 나쁜 범죄다. 휴가철을 앞두고 암표상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업체로부터 4억원의 ‘뇌물’을 받아 120억원의 차익을 남긴 대한민국 검사의 일화다. 이것 또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 국민들이 대한민국 검찰을 믿지 못한다. 코미디는 개그맨들에게 맡겨야 한다. 대한민국 검찰이 코미디에 빠진 이유를 모르겠다. 잘하지도 못한다. 개그맨들은 웃기기라도 하는 데 대한민국 검찰의 코미디는 슬프다. 아니 국민들을 열 받게 한다.

물론 대다수의 검찰들은 이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들도 나중에는…”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100여개가 넘는 오피스텔에 연 100억원 가까운 수입을 올리다 지난 4월 변호사 전관비리 의혹 등으로 구속된 ‘전직 검사장’ 홍만표 변호사도 한 때는 아주 훌륭한 검사였다.

대한민국 검찰의 위기다. 개인적 비리도 문제지만 후배 검사가 자살할 정도의 폭언·폭행을 일삼았다는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스스로도 법대로 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국민들은 외치고 싶다. “너나 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