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점령군’ …

이호 테우축제장 도지사.도의장 등 대거 ‘출동’

2005-08-02     정흥남 기자

벌써 ‘점령군’ 뜨나?
이호동 태우축제장의 ‘승자와 패자’

도지사.도의장 등 대거 ‘출동’...직접 축사도
마을 행사에 이례적 현상...곳곳서 수군수군


지난 30일 오후 6시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이날 이곳에서는 올해로 두 번째 맞는 ‘이호테우축제’ 개막식이 예정돼 있었다.
일순간 행사준비를 하던 이 마을 주민들과 제주시 공무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양우철 제주도의회 의장과 도의원 4명 대거 입장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지역 행사장을 찾았던 김영훈 시장과 송태효 시의장은 머쓱해 졌다.
지난해 이 축제가 처음열릴 때는 이 곳 지역구 도의원 1명만이 참석했다.

김 지사와 양 도의장은 행사참석에 그치지 않고 단상에 올라 축사까지 직접 읽었다.
이에 따라 당초 이 마을 자치위원장의 개회사에 이어 첫 번째로 축사에 나서려던 김 시장은 도지사와 도의장에 밀려 3번째 축사를 해야 하는 ‘수모’를 당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전장에서 이긴 ‘승장’과 진 ‘패장’으로 나뉘어 졌다.
축사에 무려 4명이 나서면서 개막식 행사 역시 따분하고 지루하게 전개된 것은 두말할 나위 없게 됐으며 일부 주민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며 자리 박차기도 했다.

제주에서 개최되는 마을단위 축제는 비단 이 곳뿐만이 아니다.
제주도는 지금까지 마을단위 축제나 행사 때 실무 과장을 대신 보내는 관례를 유지해 왔다.
이날 축제에 참석했던 제주시 한 공무원은 “솔직히 이번 주민투표 때 제주시 공무원 가운데 상당수가 점진안을 지지한 것은 과거 관선시대 때 제주도청이 보여준 권위주의적.강권적 업무행태가 상당히 크게 작용했다”면서 “과연 이번 주민투표에서 혁신안을 지지한 유권자들 가운데 과거 관선 때 제주도정의 ‘무소불위 행태’를 사실대로 파악하고 있는 제주시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날 도지사와 도의장이 직접 축사까지 하는 모습을 지켜본 한 주민은 “주민투표를 통해 혁신안을 지지한 시민들의 뜻이 이게 아닌데”라면서 연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반문했다.
“시민들은 순수한 입장에서 행정계층을 단층화,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자고 혁신안을 지지했다. 그러데 벌써 ‘시ㆍ군 접수위’까지 뜬다는 소문이 돌고 점령군까지 생긴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