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인가 vs 약속 짓밟는 행정인가

제주도 농어촌민박 시설기준 조례 개정 논란 분석

2016-07-18     이정민 기자

반대측 “잘 되는데 일방적 수정 이면에 뭐있나”
道 “선량한 피해 없도록 법제처 유권 해석 의뢰”
행정당국 수년간 문제점 개선 못한 책임 불가피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농어촌민박 시설기준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은 2005년 이전 객실 기준 당시 지어진 시설물의 양도·양수 시 사업권을 보장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쟁점이다.

1994년부터 시작된 농어촌민박을 규정하는 상위법인 농어촌정비법은 현 ‘면적 기준’(230㎡이하)을 넘어선 시설물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종전사업자들은 이를 요구하고 있다.

▲개정 반대 측 주장은

18일 제주도청 앞에서 시위를 벌인 재산권수호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진구)는 기존 조례 개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문제가 되는 조항이 6년 전 제주도와 도의회가 합심해 선량한 도민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한 좋은 사례”라며 “현 도정이 이를 무시하고 번복하려 함은 이전 도정과 의회의 업적을 쓰레기로 만드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이미 잘 시행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중앙정부의 기준과 다르다며 일방적으로 법안을 고치려한다”며 “도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도정이 도민의 삶을 짓밟는 법안을 시행하려는 뒷면에는 어떤 검은 속내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강조했다.

입법예고 기간 전자공청회에서도 ‘상위법과 부합하지 않는 농어촌민박 규모 기준의 예외사항 삭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2005년 이전 기준으로 지어진 시설의 매매가 어려워져 개인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의견들은 대부분 2005년 8월 농어촌정비법이 개정되며 농어촌민박사업자의 지정에 관한 제71조를 신설하고 종전 규정(7실 이하)에 따른 민박은 면적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경과규정을 근거로 하고 있다.

농어촌정비법이 수차례 개정되면서 2005년부터 농어촌민박이 150㎡ 이하로 면적 기준이 만들어졌고, 2008년에는 230㎡로 기준이 완화됐다. 하지만 경과규정이 있어 면적 기준을 초과하지만 2005년 이전에 지어진 시설은 매매 시 사업권 승계를 인정했다.

제주도는 2009년 7~8월 해당 조례 개정을 추진하며 중앙정부(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문제가 되는 조항 수정을 권고받았지만 ‘지역 특수성’을 이유로 수회에 걸쳐 공문을 주고받은 끝에 ‘허락’을 받았다. 당시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개정을 요청했지만, 제주도는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르렀다.

도내 농어촌민박은 지난해 말 기준 제주시 1304개소, 서귀포시 1053개소이며 이중 조례 개정 시 사업권 승계가 인정되지않아 논란이 되는 230㎡ 이상인 시설물은 제주시 135개소, 서귀포시 174개소다.

▲제주도의 입장은

경과규정은 ‘종전의 규정에 의한 객실 7실 이하의 농어촌민박사업을 운영 중인 자는 제71조의 개정규정에 의해 농어촌민박사업자로 지정된 것으로 본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는 농어촌민박은 시설물이 아닌 사업자를 지정한 것이다.

제주도는 이를 두고 2005년 이전 기준 농어촌민박사업자로 지정된 이가 계속해서 사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230㎡ 이상인 시설물을 양도·양수 시 사업권이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비정상’을 ‘정상화’로 만드는 단계라는 것이다.

다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와 관련한 내용의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비정상’의 ‘정상화’를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며 “법제처의 회신과 지금까지 모인 의견들을 모두 종합,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당국에서도 수년 동안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농어촌민박 조례 개정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