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가 있는 제주 만들기
조화로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상생
거대 담론보다 사람위한 동행 지향
비와 안개, 어쩌다 맑은 하늘도 다시 흐려짐이 반복되는 장마기다. 해마다 순환되는 계절의 현상임을 알면서도 이 시간에는 너무나 파란 하늘이 그리워지곤 한다.
며칠 전 사흘 째 내리던 비가 그친 아침이었다. 눈부신 햇살이 선명하게 다가와 두 딸과 오랜만에 아침 운동을 나갔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함께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소중한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아이들의 목소리와 얼굴에만 집중하며 걷고 있는데 큰딸이 갑자기 환호성을 질렀다.
“아빠, 저기 무지개 좀 봐. 너무 예쁘게 떠있네” 고개를 들어 바라 본 하늘에는 자연이 만드는 예쁜 풍경화가 펼쳐져 있었다. 생각해 보면 무지개를 본 지도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무지개가 뜰 적마다 끝나는 곳을 찾기 위해 친구들과 헤매다녔었다. 학창 시절에는 무지개를 보면서 워즈워드의 ‘무지개’라는 시를 암송하곤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무지개가 떴어도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잊으며 살았던 것 같다.
꿈이 있는 사람만이 무지개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직도 장마기는 끝 나지 않았지만 거센 비가 내리고 난 후 펼쳐지는 무지개가 있다면 이 시간이 결코 우울한 풍경만은 아닐 것이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 일곱 색깔의 빛이 자기만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서로의 조화로움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파란색이 가장 밝게 비치는 듯이 보이지만 엷게 그 주변을 둘러싼 남색과 주황색이 있어 그 아름다움이 더 빛난다.
제10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후반기 보건복지안전위원장의 책임을 맡으며 서로를 빛나게 해주는 무지개처럼 조화와 상생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어떠한 현안들이 있을 때마다 서로 다른 목소리들의 불협화음 속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조금만 이해하면 멋진 하모니를 만들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무지개가 펼쳐지는 길을 걸어가고 싶다. 사회적 약자의 존중받아야 할 권리를 지키고 감싸 안는 따뜻함으로, 한 사람의 큰 목소리보다는 열 사람의 낮은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한다.
삶의 질은 결코 경제력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안심하게 다닐 수 있는 그 소소한 자유에서부터 시작한다. 차별이 없는 평등함으로 출발한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사는 공존에서 우리의 삶의 질은 높아진다.
무지개가 하나의 색이었다면 사람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고 ‘나만 맞다’가 아닌 ‘너도 맞다’는 이해의 가슴이 되어 서로가 조화를 이뤄 만드는 그 빛깔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해본다.
보건복지안전위원장으로 일한 지 2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알고 있다’는 것과 ‘느낀다’는 것은 너무 큰 차이였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일해야 함을 깨닫고 있다.
아직도 우리의 주위에는 전기세 걱정으로 큰 한숨을 내쉬는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있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가슴 시리는 안타까움도 있다.
그들에게 무지개가 있는 풍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거대한 담론의 큰 걸음보다는 사람의 가치를 우선시 하고 함께 하는 동행이 된다면 그들의 주름진 마음에도 웃음이 머무는 시간이 찾아 올 것이다.
여름날의 무더위처럼 살아가기가 힘이 든 세상이다. 푸른 청춘이 되어야 할 젊은이들은 취직 걱정으로 좌절하고 아파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취업 공부에 지친 내 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 아련하다. 아버지, 어머니들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는 너무 무겁기만 한다.
그래도 이 고난의 시간 앞에서 주저앉을 수 없는 건 우리 마음에 무지개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바람이 불지만 먼 후일 어디선가 만날 무지개는 그 시절을 이겨낸 우리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찬란한 빛깔로 피어날 것이다. 무지개가 있는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