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중반 李교육감, 사활 공약 ‘고교체제개편’ 위기
지난 총선과 기재부 인사로 인맥 끊기며 해사고 추진 7개월째 중단
2개교 예술과는 가까스로 설계 발주했으나 성급한 추진 순항 미지수
2016-07-13 문정임 기자
성산고를 국립 해사고로 전환하는 작업이 설치령 입법예고 후 7개월째 중단되면서 임기 중반에 접어든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의 핵심 공약 ‘고교체제 개편’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함덕고와 애월고 예술과 설치 계획은 최근 설계 공사를 발주하며 운항을 시작했지만, 공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201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받겠다는 교육청의 계획에 여론이 안 좋은 상태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출발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현재 공립인 성산고를 국립 해사고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은 지난해 11월30일 해양수산부가 국립해사고 설치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현재까지 논의가 멈춘 상태다.
올 초 까지만 해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해사고 제주 설치를 앞장서서 추진해왔던 김우남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4·13 총선 경선에서 고배를 마시고, 제주교육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던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지난 2월 타 부서로 발령되면서 중앙정부의 해사고 제주 설치에 대한 관심은 옅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돈 줄을 쥔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재정 부담을 고려할 때 학교 신설(제주)보다 기존 해사고(부산, 인천)를 증원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제주 해사고 유치는 교육을 관장하는 교육부와, 공무원 정원을 관리하는 행정자치부, 정부의 예산지출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 간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한 만큼 이들 부처를 설득할 논리 개발이 필요하다. 더불어 도교육청의 논리를 부처 간 협의 테이블에 올려줄 인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해사고와 더불어 고교체제개편의 주축인 함덕고·애월고 예술과 설치 계획도 안착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제주도의회의 공사비 삭감과 설계비 부활이라는 우여곡절을 거쳐 최근 설계는 발주됐으나 공사 완공(내년 6월 예상) 전 신입생을 우선 선발하겠다는 도교육청의 ‘성급한’ 계획이 자칫 이 교육감에게 자충수(自充手)가 되어 돌아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같은 여론은 최근 본 지가 창간 17주년을 맞아 도내 각계 10개 직업군 434명(유효응답수 기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응답자의 49%가 이석문 교육감의 2년을 ‘긍정적(매우 긍정 포함)’으로 평가한 가운데, 예술과 설치 과정에 대해서는 ‘성급했다’는 의견이 41%로 가장 많았다. 또, 응답자들은 이 교육감의 남은 임기 가장 중요한 과제로 ‘30개 고교 경쟁력 강화’(36.8%)를 1순위로 택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고교체제개편은 이 교육감이 2019학년도부터 폐지를 선언한 고입 선발고사의 안착과도 연결 돼 있다”며 “고교체제개편이 무마될 경우 이석문 교육감의 이후 행보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는 막상 고입 경쟁을 줄이자는 정책과 철학은 내놓았는데 기존처럼 아이들이 갈 만한 학교가 동지역 인문계고 외에 없다면 이 교육감의 공약이 결국 도민들에게는 헛구호로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