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갈 차비까지 탕진

일부는 탑동.산지천 일대서‘부랑생활’

2005-08-01     정흥남 기자

희망 찾아 제주로 온 타지방 실직자들 상당수
제주시 올해 205명에게‘귀향여비’...해마다 증가세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제주지역을 떠도는 부랑인들 역시 크게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제주에 ‘희망의 꿈’을 품고 내려와 거듭되는 좌절에 상처받는 주민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전직 사무직 출신 실업자 등 이른바‘넥타이족 거지’들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겨울이 끝나고 늦봄부터 제주시 탑동과 산지천 주변은 이들 거리로 내몰린 가장들의‘전용공간’으로 자리 잡은 지가 오래다.

이들은 낮 시간에는 시민들이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머물다가 탑동에서 무료 중식 등을 해결하곤 한다.
현재 제주시내 탑동과 산지천 주변에 상습적으로 모습을 나타내는 부량인은 50여명 선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이 집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실직후 가족 보기가 미안해서 부부간 싸움으로 부도로 사업체 또는 직장을 잃어서 일감이 끊겨서 등이다.
상황이 이러면서 제주에 온 뒤 취직에 실패, 귀향여비조차 거덜 난 타지방 주민들이 잇따르고 있다.

가계부도와 가정파탄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무작정 제주로 들어와 일정한 직업을 찾지 못한 채 노숙에 가까운 생활을 하다가 귀향을 원하는 사람이 제주시청 사회복지과 문턱을 잇따라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는 31일 올 들어 귀향여비가 없는 타지방 주민 205명에게 여객선 요금과 식비 등으로 모두 750만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제주시는 지난해 284명에게 1140만원, 2003년에는 242명에게 1000만원을 귀향여비로 지출했다.

제주시는 귀향자들에게 1인당 제주~부산은 4만6000원, 제주~목포는 2만9950원, 제주~광주는 2만8550원씩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시 관계자는 “귀향여비 지출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그러나 제주시내에 머물면서 부량인 생활을 할 경우 아예 노숙자로 전락, 보다 많은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이 높아 적극적으로 귀향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