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대승적 결단 필요하다
서귀포시 강정마을회가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의 상징물인 중덕삼거리 시설물 자진 철거에 들어갔다. 지난 8일 망루 1개와 컨테이너(사무실용) 2동을 인근의 사유지로 옮긴 데 이어 나머지 시설물도 점차적으로 철거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덕삼거리 시설물들은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망루 등은 당초 강정마을 주민들이 구럼비 발파에 반대하며 만들었고, 기지 공사가 추진되면서 중덕삼거리로 옮겼다. 그 중덕삼거리가 해군기지 크루즈터미널 우회도로 부지에 포함됐다. 해군이 진입도로 개설을 위해 시설물 철거를 요구했으나 강정주민들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해군이 해군기지 공사 지연과 관련한 구상금 청구 소송으로 주민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자신들 반대 운동의 상징물을 선뜻 철거할 수 없었다.
서귀포시는 강정마을회에 4차례나 계고장을 보내며 시설물 철거 행정대집행을 공언했다. 자칫 큰 충돌이 우려됐다. 해군기지 갈등이 또 다른 양상으로 번질 뻔했다. 다행히 강정마을 주민들이 한 발 물러서면서 파국을 피했다. “시설물을 보존하게 한다”는 제주도의 중재가 주효했다. 강정마을 주민들도 마음을 열었다.
이제는 해군이 답할 차례다. 대승적 차원에서 구상금 청구 소송 철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 도의원, 사회단체 등이 나서 구상금 청구 소송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해군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원 지사의 말대로 “제주를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는 처사”다. 원 지사는 앞서 “밀양송전탑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으로 한전의 손해가 막심하지만, 법적 청구를 하지 않았다”며 해군 구상금 청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민(民)과 유리된 군(軍)은 의미가 없다. 해군은 제주지역 주민들과의 상생·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실증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구상금 청구 소송 철회가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중덕삼거리 시설물 자진 철거는 해군기지 갈등을 풀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은 해군이 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