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민폐’ 가중
이용 버스로 일대 혼잡 여전 가게·도로 막고 원성 자자
보조주차장 수용 능력 한계…주차빌딩 등 대안 필요
7일 오후 2시께 제주시민오일장 옆 롯데면세점 제4주차장. 크루즈 관광객 40여명을 제주시 연동 롯데면세점에 내려준 관광버스 기사 이모(50)씨가 다른 버스 기사들과 대기하고 있었다. 잠시 뒤 가이드의 연락을 받은 이씨는 신광초등학교 인근 제3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이씨 차량이 주차장 주변에 도착했을 때 승객을 태우기 위해 불법주정차하고 있는 버스들로 도로 일대가 혼잡스러웠다. 이씨는 “크루즈 일정을 맞추려면 버스들이 일시에 몰려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면세점을 찾은 관광버스 기사 대다수가 크루즈 일정을 맞추느라 불법으로 주정차를 일삼으면서 시민들이 불편(본지 6월 8일자 4면 보도)을 겪고 있다. 롯데면세점 측도 형식적인 대응에 그치면서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인근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홍모(35‧여)씨는 “버스들이 가게 입구를 막아서 손님이 줄었다”며 “버스기사와 면세점에 항의하면 서로 남 탓만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 김모(56)씨도 “이곳으로 자주 다니는데 버스들이 곳곳에 도로를 막고 있어 불편하다”고 했다.
현재 롯데면세점에서는 면세점에 승객을 내려준 버스들을 제4주차장에 대기시켰다가 제3주차장에서 승객을 다시 태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크루즈 입항 시 하루 100~180대 가까이 되는 버스를 수용하기에는 제3주차장이 20여대밖에 수용 못 해 지금과 같은 혼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면세점 인근에 제1주차장이 있지만 이마저도 12대밖에 수용 못해 현 상황을 개선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면세점 측은 주차관리요원만 늘리고 있다. 상시 5명을 투입하다가 크루즈 입항 시 10명 가까이 늘리는 게 전부다. 경찰의 단속도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제주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면세점 개장부터 현재까지 18대만 단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그 일대가 ‘주차금지구역’이지만 5분 정차하는 것은 괜찮기 때문에 단속하기 애매한 상황”이라며 “현장에 시간을 체크하며 상주할 수도 없어 단속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처럼 주민 불편이 해결되지 않고 있음에 따라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는 “현재처럼 주차관리요원을 늘리거나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도 문제점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롯데면세점 측이 면세점으로 큰 이익을 거두고 있는 만큼 인근에 주차빌딩을 짓는 등 주차공간을 늘리고 면세점과 관광버스 업계에서 쇼핑 수요가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지 않도록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