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의 낯부끄러운 ‘진흙탕 싸움’

2016-07-07     한경훈

정부 보호막 속에서 면세점 사업 
JDC-JTO ‘땅짚고 헤엄치기’ 영업 
관광공사 점포입지 완화 갈등 증폭

공개 기자회견 통해 상대방 공격
수익 극대화 속셈 ‘이전투구’ 양상 
노른자위 점포 차지 JDC 양보해야 

면세점 사업을 두고 흔히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한다. 면세 시장은 말 그대로 노다지다. 시장 파이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사업자는 제한적이다. 면세점 사업은 아무나 못한다. 정부가 특허 권한을 쥐고 진입 장벽을 친다. 소수만이 혜택을 받는다. 일단 영업허가를 얻으면 정부 보호막 속에서 어려움 없이 돈을 벌 수 있다. 수익을 내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면세점 중 지정면세점은 제주에만 있는 제도다. 국내 다른 지역으로 출도하는 내·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국가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지방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JTO)가 지정면세점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JDC는 제주공항점·제주항1면세점·제주항2면세점을, JTO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점·성산항점(현재 휴점)을 운영하고 있다.

‘면세점사업=황금알’은 이들 공기업의 매출에서도 증명된다. JDC의 지난해 면세점 매출액은 48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약 36% 증가했다. 제주관광공사 지정면세점도 2014년보다 34.7% 증가한 557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양 기관 모두 2015년 제주관광객 증가율(13.7%)을 훨씬 웃도는 매출 성장을 구현했다.

이 같은 성과는 이들이 경영을 잘 해서일까. 물론 마케팅 등 노력을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매출 성장은 기본적으로 제주 관광객 증가에 기인했다. 기관별 매출액 차이는 면세점 위치에 의한 것이다. 만약 JTO가 제주공항에 입주했더라면 매출실적이 JDC를 능가했을 수도 있다.

경쟁이 제한되고 수요가 한정된 시장에서 어느 한 쪽이 목 좋은 곳으로 면세점포를 이전하면 상대 매출에 영향을 줄 것은 불문가지다. 제주컨벤션센터로 제한돼 있는 JTO 지정면세점 입지 완화 문제를 놓고 양측이 진흙탕 싸움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JTO는 지정면세점 이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주도는 ‘규제프리존’ 과제의 하나로 JTO 지정면세점의 입지조건 완화를 정부에 건의해 놓고 있다. 성사될 것 같았던 이 건의는 JDC 반대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원희룡 제주도지는 지난 6월 28일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에서 “JDC가 JTO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며 “JDC를 국토부 소속에서 제주도로 이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성토했다.

이에 김한욱 JDC 이사장은 “JDC는 국가공기업으로 존속해야 한다”며 정면 반박했다. 그는 “시내면세점 사업을 준비했다가 JTO에게 양보했다”고도 했다. 시내면세점을 양보한 만큼 JTO 지정면세점 이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번엔 JTO가 발끈했다.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JTO는 “JDC는 시내면세점 특허신청 자격 자체가 없다”며 “양보 운운 발언은 사실 왜곡”이라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 중재로 지정면세점 위치를 이전 완화하기로 잠정 결론 짓고, JTO-JDC 실무회의를 거쳐 차기 회의 때 확정하기로 했으나 돌연 JDC 반대로 입지 완화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이번 갈등은 영역 다툼이다. 자신들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양측은 앞서 성산항 면세점 운영권을 두고도 대판 충돌했었다. 기업의 수익 극대화 노력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은 일반기업과 처지가 다르다. 공공기관이다. 국가·지방공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면세 사업권을 따놓고 ‘황금알’을 조금 더 차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싸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특혜를 받은 만큼 염치가 있어야 한다. 사업장 이전은 내부적으로 조용히 협의하고 조율할 문제다. 갈등 해결의 원칙은 더 많이 가진 자가 양보하는 것이다. 면세점 수익금을 100% 제주를 위해 투자하겠다면서 영역 싸움에 집착하는 것은 모순이다.

JDC와 JTO는 기관 설립 취지를 되돌아보기 바란다. 면세점은 주된 사업을 위한 부가적인 사업이다. 그러나 본말이 전도돼 할 일은 제대로 안 하면서 잇속에만 매달리는 것처럼 도민사회에 비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손쉬운 면세점 사업을 통해 자신들 몸집을 불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정면세점 잿밥 싸움은 조기에 종식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