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신심사강화 방안 “약발 실종”

한은 제주본부, 금융기관 가계대출 모니터링 결과
주택담보대출 감소 불구 기타대출 늘며 ‘풍선효과’

2016-07-07     진기철 기자

정부가 과도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된 모습을 보였지만 주택담보대출수요가 기타대출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며,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6월 한 달 간 도내 5개 예금은행과 3개 비은행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권역별·상품별·담보별 가계대출 취급실적으로 모니터링 한 결과다.

정부는 예금은행이 신규로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함에 있어,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으로 취급하도록 하고, 차주의 상환능력 평가를 강화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지난 5월2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했다.

그런데 가이드라인 적용대상인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적용대상이 아닌 예금은행 기타대출과 비은행의 가계대출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규제대상 대출수요가 비규제 대상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월 1023억원에서 5월 512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른 증가율은 6.7%에서 3.1%로 크게 낮아졌다. 다만 2월 시행된 수도권이 0.3%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견주면 높은 수준이기는 하다.

이에 반해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는 예금은행 기타대출과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4월 1281억원에서 5월 185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증가율은 2.0%에서 2.8%로 뛰었다. 기타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토지·상가·예금 등의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말한다.

가계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풍선효과도 있었지만, 가정의 달이라는 계절적 영향과 토지·상가담보 대출 유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기타대출 중에서도 투자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토지·상가 담보대출은 4월 737억원에서 5월 1172억원으로 급증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7월 보험사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하반기에는 상호금융에 대해서도 시행키로 하면서, 가이드라인 시행효과는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관계자는 “금융기관인 경우 가계부채 급증이 역내 금융안정과 지역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임을 인식해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부동산가격이 지난 3월 이후 조정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5월말 현재 가계대출 중 부동산담보대출이 지나치게 높은 비중(74.3%)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토지·상가 담보대출의 경우 담보가치가 불안정하고 건별 대출금액이 커, 향후 급격한 가격조정이 이뤄질 경우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