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검출 우레탄 조달청·교육청 책임 크다”

허술한 규정 때문 유해성 검사 안받은 제품 상당수
제주교육청 자체 검사 실시해야 하나 사실상 손놔

2016-07-05     문정임 기자

우레탄 트랙 유해성 검사에서 납과 6가 크롬이 검출된 제주지역 96개교 가운데 9개교는 KS기준이 도입된 2012년 12월 이후 설치된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 4일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KS인증 업체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조달청과 경로를 찾아보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원인은 조달청의 듬성듬성한 검사 기준과 발주기관인 교육당국의 안일한 관행에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5일 도내․외 관련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레탄 트랙(포설형 탄성포장재)은 조달청이 전문기관검사가 필요하다고 지정한 품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문기관검사는 조달청의 자체 지침에 따라 업체가 납품요구액을 2억 원 채울 때 이 금액에 걸리는 제품에 한 해 실시하도록 하면서, 실제 현장에는 전문기관의 유해성 검사를 거치지 않은 제품도 상당수 설치되고 있다.

즉 A업체가 a학교에 1억 원, b학교에 6000만원, c학교에 6000만원의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면 2억 원에 걸린 c학교 납품제품에 대해서만 유해성 검사를 실시하면 되는 방식이다.

물론 이 경우 나머지 a, b학교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은 물건을 발주한 일선학교나 교육(지원)청 등이 자체적으로 ‘수요기관검사’를 실시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시설에 문외한인 행정직이 물건을 발주하고 동일인이 검사까지 담당하면서 전문기관검사를 받지 못한 제품들이 관능검사나 이화학검사 등의 수요기관검사까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가 물건을 납품할 때 검사 공무원들이 설치 현장에서 관능검사를 할 수도 있지만 시설직이 아닌 일반 행정직들은 이 분야를 잘 모르기 때문에 수요기관검사는 사실상 이화학검사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이화학검사는 교육당국(수요기관)의 의무사항이 아니다.

특히 이 같은 안전성 확인 절차는 조달청을 통하지 않은 일반업체와의 거래에서 틈이 더 클 수 있다. 개별 거래에서는 발주주체가 해당업체 물건의 품질을 일일이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KS기준이 도입된 이후 설치됐음에도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9개교 중 실제 5개교도 조달청 등록 업체가 아닌 곳에서 물건을 납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조달사업법은 조달청 쇼핑몰에 필요한 규격이 있는 제품에 한해서만 관급 자재를 쓰도록 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계 공무원들이 조달청으로부터 물건을 인수할 때 조달청에 등록된 업체라는 막연한 이유를 들어 안전성 검사를 간과하는 경향도 문제로 지적된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공무원들은 납품 물건의 안전성 확인 주체를 조달청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계약 체결에 있어 공무원들의 낮은 전문성과 무관심, 이를 관행으로 방치하는 교육당국의 시스템이 고쳐져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