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우려 학생안전 외면하는 도교육청
학생 안전보다 민원을 더 걱정하는 것이 제주교육의 현실이라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최근 발암(發癌)물질인 납과 6가크롬이 검출된 일선 학교 우레탄 트랙과 관련 도교육청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것도 참교육을 주창하는 진보 교육감 체제하의 일이라서 여간 실망스럽지가 않다.
현재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도내 172개교 중 납(Pb)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된 학교는 절반이 넘는 96개교. 이 가운데 6개교는 기준치(KS기준 90mg/kg)를 20배 이상, 많게는 28배(서귀중앙여중)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표선중에서는 납과 더불어 독성이 매우 강한 6가크롬까지 검출됐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서울의 경우처럼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우레탄 유해성(有害性) 전수조사를 실시하던 중 검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에 대해 ‘우레탄 트랙 사용중지’란 결정을 신속하게 내렸다.
하지만 제주도교육청은 예산문제 등을 들어 종합대책을 수립하는 게 먼저라며 보름째 딴청만 부리고 있다. 마치 수술이 급한 환자를 앞에 두고 돈부터 가져와야 수술을 하겠다는 투다.
종합대책을 발표한 4일 브리핑에서도 주민 불편을 고려해 전면 통제는 지역사회와 협의 후 진행하겠다며 사용금지 시기를 다시 늦췄다. 지난해 유해물질 검출 학교에 대해 폐쇄조치를 내렸다가 주민 및 학부모들로부터 큰 항의를 받았었다는 변명도 덧붙였다. 전형적인 본말전도(本末顚倒)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안은 무엇보다 학생들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민원(民怨)을 우려해 차일피일 핑계를 대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납 성분이 기준치의 20배를 초과한 6개교엔 초등학교도 두 곳이나 포함돼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나머지 대책은 뒤로 미루더라도 6개교에 대해선 하루빨리 사용중지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이번에 유해물질이 검출된 우레탄 트랙은 모두 조달청을 통해 선정된 업체에서 납품받은 관급자재들이라고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타 시·도교육청과 연계해서라도 불량 우레탄 트랙과 관련 적극적인 진상규명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