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보육 첫날 교사·부모 ‘우왕좌왕’
일선 어린이집 맞춤반 아동 정확한 수 파악 못해
하원시간·간식제공 여부 등 조정 사안 ‘수두룩’
외벌이 가정의 어린이집 보육 시간을 제한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맞춤형 보육’ 정책이 1일자로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 주말 본 지가 만난 제주지역 어린이집 원장들은 “맞춤반은 물론 종일반 어린이들의 일정까지 조정해야 할 게 많아 머리가 아프다”며 "“(다음 주가 돌아오는)월요일이 두렵다”고 말했다.
3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제주지역 만 0~2세(맞춤형 보육 대상) 아동 1만2000여명 가운데 지난달 30일까지 서류를 접수해 종일반(맞벌이) 보육으로 분류된 아동은 1만 100명, 약 85%로 잠정 집계됐다.
시행 첫 날 제주지역 어린이집들은 ‘보육통합시스템’이 정지돼 맞춤반 아이가 몇 명인지 정확한 공식 자료를 통보받지 못 했다.
원아 100여명을 둔 한 어린이집 원장은 “대강은 알지만 정확히 파악이 안 돼 다음 주가 돼야 맞춤형 보육 준비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침부터 하원시간과 간식시간을 묻는 문의전화가 이어지면서 어린이집은 어수선한 하루를 보냈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맞춤반 아이들은 오후 3시를 기준으로 2시나 4시 사이 언제 하원할 지를 학부모와 상의해야 하는데 이 내용을 잘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며 “당장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없는데 오전부터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져 어수선했다”고 첫날 분위기를 전했다.
대신 원장들의 고민은 본격화됐다.
한 원장은 “보건복지부는 차량 운행을 자율로 정했지만 원 아동 관리와 학부모 편의를 생각할 때 무턱대로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고, 간식을 안 먹여 보내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원장은 “당장 하원 차량 동승 교사를 정해야 한다”며 “하원시간이 이원화되면 통합보육이 이뤄져 보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작은 규모의 어린이집들은 운영난 걱정까지 떠안고 있었다.
20여명의 원아들 둔 한 가정어린이집 원장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소규모 어린이집들은 외벌이 가정 아이들이 많아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정부가 ‘어린이집 입소대기관리시스템’을 도입하면서 1순위를 맞벌이 가구에 주자 인기 있는 대규모 어린이집들이 대부분 맞벌이 가구 아이들로 채워진 것. 반면 외벌이 가정 아동들이 많이 배정된 비인기 어린이집은 이번 맞춤형 보육으로 수익이 줄어들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어린이집 원장은 “정부는 맞춤반 보육료 중 기본 보육료를 올렸다지만 실제 원 입장에서는 차량 운행비, 간식비 등 정부가 제외한 지출을 모두 떠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득 없이 마음만 심란하다”고 고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