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쉼터인지 클럽인지’
술주정·고성…민원 유발
“시설포화에 자극적 경쟁”
1일 오후 11시30분께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인근 A 게스트 하우스. 밤늦은 시각이었지만,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가 조용한 길거리에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날 이곳에 혼자 왔다는 관광객 이모(28․여)씨는 “저렴하게 조용히 쉬다 가려고 게스트 하우스를 찾았지만, 밤늦게까지 진행되는 파티로 시끄러워서 편히 쉴 수가 없다”며 “심지어 같은 방을 쓰는 사람이 만취한 채로 들어와서 술주정을 부려 불편하다”고 말했다.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조용하고 편안한 쉼터가 돼 온 게스트 하우스가 최근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제주시 한경면에서 10년 가까이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해 온 양모(52․여)씨는 “최근 젊은이들이 제주를 많이 찾으면서 현재 포화 상태인 게스트 하우스들이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극적으로 경쟁하고 있다”며 “밤이 되면 클럽 등 젊은이들의 사교장으로 변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실제로 2일 오후 11시께 제주시 협재해수욕장 인근 B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밤늦게까지 술 파티가 이어졌다. 파티가 끝난 뒤에도 젊은 남녀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인근 주점에서 술자리를 이어갔다. 동네 주민 고모(61)씨는 “예전에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조용히 묵다가 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밤에도 동네 해변에서 젊은 남녀가 어울리며 소란스럽게 노는 등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주민들과 다른 이용객에게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게스트 하우스도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C 게스트 하우스의 경우 오후 11시가 되면 전 객실의 불을 끄고 바깥으로 나가는 것도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곳 관리인은 “게스트 하우스는 원래 돈 없는 여행객들이 저렴하게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곳”이라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편히 쉬다 가는 게 바람직한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