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발생 양돈농가 등 ‘초비상’

2016-06-30     제주매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의 한 양돈장에서 돼지열병(돼지 콜레라)이 발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도 채취한 시료를 검사한 결과 돼지열병 최종 확진(確診) 판정을 내렸다.

제주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은 18년 만의 일이다. 이로써 지난 1998년 이후 유지해 오던 ‘가축전염병 청정지역’ 이미지 실추 및 돼지고기 출하 등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양돈농가와 관계당국이 초비상(超非常) 상태에 돌입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주도는 즉각 제주축협공판장을 폐쇄, 보관 중이던 돼지 3300여 마리를 분쇄 열처리하는 한편 도축을 위해 계류 중인 900여 마리도 살(殺) 처분했다. 또 돼지열병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3㎞ 이내를 위험지역, 3~10㎞ 이내를 경계지역으로 하는 방역대를 설정해 강력한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방역대 위험지역과 경계지역에 사육중인 돼지만 27만2000여 마리(154농가)로 집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도내 전체 56만3000여 마리의 절반(48.3%)에 가깝다. 때문에 열병 확산 및 이동제한 조치 등이 장기화될 경우 양돈 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돼지열병은 임상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야외바이러스가 검출되면 발생된 것으로 간주한다. 방역당국은 해당 바이러스가 국내가 아닌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제주도의 차단 방역(防疫)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누구를 탓할 계제는 아니다. 돼지열병 발생은 가축전염병 청정지역으로 선포된 이후 그동안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등 당국이나 농가 모두 방심한 측면이 크다. 따라서 원인 규명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지금은 돼지열병 확산 차단에 한 마음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방역대에 포함된 양돈농가들은 사실상 ‘멘붕 상태’다. 이동제한 조치로 출하가 금지된데다 출하시기를 놓친 돼지들이 농장에 가득차 있어 1주일 이상은 버티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사태 장기화시 농가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은 뻔하다. 공급물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 등으로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이 같은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합심(合心)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외면하고 남을 탓하거나 자신만을 위한 얌체 행각을 벌인다면 전체 양돈산업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