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구상권 소송 철회하라” 잇따라
서귀포시 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오영훈 의원 한 목소리
제주도지사·도의회도 건의 상태···해군 전향적 결정 필요
해군이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를 상대로 제주해군기지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를 물어내라며 수십억 원에 이르는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한 지 세 달이 지났지만 철회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어 지역 상생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고 수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 것도 모자라 구상권 청구 소송까지 더해지며 주민의 고통이 가중돼 구상권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서귀포시 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는 30일 서귀포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해군은 강정을 지켜온 주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줬다”며 해군의 구상권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해군은 주민을 보듬고 치유할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대신 공사 지연에 따른 책임을 묻는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해 또 한 번의 아픔을 주고 있다”며 “이미 공사는 끝났고, 민군 화합을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원한 갈등을 조장하는 감정적인 구상권 청구가 하루 빨리 철회되기를 소망한다”며 “서귀포시 17개 읍면동 주민자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우리는 강정마을과 해군이 공존하면서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를 간절하게 염원한다”고 호소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원내부대표(제주시 을)도 이날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정책조정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해군의 구상권 청구와 관련해 중앙정부가 나서 구상권을 철회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오 원내부대표는 “더 이상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미 준공까지 마치 상황에서 만약 해군이 구상권 청구를 계속한다면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원내부대표는 “국방부장관은 두 달째 검토하겠다는 답변에서 더 이상 진전이 없다”며 “제주해군기지와 주민의 상생, 실질적인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발전을 위해 정부가 나서 구상권을 철회해야 한다”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앞서 제주지역 국회의원 3명은 20대 국회 출범 이전 당선인 신분으로 한민구 국방장관을 만나 구상권 청구 소송 철회를 요구했고, 원희룡 도지사도 한 장관과 정호섭 해군참모총장에게 건의문을 보내 해결을 재차 요청했다.
제주도의회도 “해군은 강정에서 주민과 함께 할 공동운명체인데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바람직하지 않을뿐 더러 용납될 수도 없다”며 구상권 청구 철회를 촉구했으며, 제주도변호사회는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 같은 구상권 철회 요구에도 국방부와 해군은 아직 아무런 입장 변화가 없는 상태다. 해군은 지난 3월 28일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를 상대로 제주민군복합항 건설 공사 지연에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한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는 제주해군기지 항만 제1공구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공사에 대한 것으로, 청구 금액은 34억5000만원에 이른다. 더욱이 항만 제2공구 공사를 담당한 대림건설도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 비용 230억 원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져 구상권 청구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도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강정마을 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출구’다. 마을을 지키기 위한 길고 긴 투쟁으로 지친 그들의 구상권 문제 해결 등이 시급하다”며 “제주해군기지로 갈라진 강정이 하나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