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보고(寶庫)’ 제주곶자왈

2016-06-28     김대신

제주 면적 5% 불구 40% 식물 서식
고산·해안 ‘연결 고리’ 식물다양성

제주도 곶자왈은 지하수를 함양하는 생명의 원천이자 산소를 생산해내는 제주의 허파다. 산소의 근원은 ‘식물의 보고’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곶자왈지역 내에 서식하는 식물들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곶자왈지역 분포식물은 약 800종류에 달한다. 이는 제주도 분포 자생식물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곶자왈 면적이 제주도 전체의 약 5%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면적에 비하여 매우 많은 식물들이 곶자왈에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볼 수 있는 곶자왈의 식물다양성은 기본적인 환경적인 특성과 관련이 있으며, 그 외로 오랜 세월에 걸쳐 행해져 왔던 임업·수렵·농업 등 문화적인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곶자왈은 발원하는 오름과 이 오름에서 용암류가 길게 흘러 만들어진 지대로, 지도상에서 보는 오름이나 습지와 같은 자연환경과는 차이를 보이게 된다. 다시 말해 곶자왈은 외형적인 모습을 본다면 마치 하천처럼 어떤 흐름을 가진 생태계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특히 곶자왈 분포 식물 중 약 30%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에도 분포하는 식물로 구성돼 있다. 곰취·백작약·골고사리 같은 식물등 대체로 북방계식물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식물의 분포는 곶자왈지역이 한라산의 고산지역과 해안지역의 중간에 위치하여 긴밀한 연결고리와 같은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곶자왈 내부에는 끊임없이 요철지형이 발달하여 깊게 굴곡을 형성하거나, 돔과 같은 솟을 지형을 형성하기도 한다. 특히 크게 4개의 지역으로 구분되는 곶자왈 별로는 압력돔·붕괴도랑·동굴·풍혈 등이 있어 함몰지형의 규모나 형태에 차이가 있다. 선흘 동백동산처럼 특이하게 습지를 형성하는 경우도 있고, 거문오름지역처럼 동굴성 풍혈과 깊은 붕괴도랑 같은 특이한 환경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곶자왈의 지형 및 지질적인 특성들은 식물다양성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우선 좁은 지역에 일정규모 이상의 깊게 함몰된 지형이 형성돼 있으면 그 기저부에는 높은 공중습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밤일엽 및 큰섬잔고사리 같은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함몰지형의 상부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건조해지기 쉬워 석위나 부처손 같은 식물들이 적응해 자라게 된다. 이런 특성들로 인해 좁은 지역에 다양한 식물이 혼재돼 자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숟갈일엽·주걱일엽·빌레나무·일색고사리 등 대체로 특이한 식물들이 이런 함몰지형을 따라 분포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로 과거 사람들의 방목이나 임업활동 등으로 만들어진 머들이나 숯가마터·움막터, 그리고 소규모의 경작지들도 지금은 새로운 식물들의 생육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어 식물다양성에 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곶자왈에는 희귀식물의 분포도 많은 편이다. 솔잎란·백운란·대흥란·개가시나무 등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종 6종류가 분포하고 있다. 제주고사리삼·제주백서향 같은 고유식물도 20여 종류가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멸종위기식물이나 고유식물은 특이한 지역이나 환경에 적응한 식물인 경우가 많은데, 곶자왈지역의 환경이 매우 독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절벽이나 나무에 붙어서 자라는 솔잎란 같은 식물은 곶자왈의 바닥지형에 분포하기도 한다. 많이 알려진 제주고사리삼의 경우는 일정기간 물이 고였다가 빠지는 작은 소택지인 습지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곶자왈식물의 다양성은 독특한 환경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지형 및 지질적인 특성과 일부 인간의 활동 등이 잘 반영되어 지금에 이르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곶자왈 식물다양성에 대한 연구와 보존은 제주 자생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보전하는 일에 기반이 되는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제주특별자치도이 미래비전인 ‘청정과 공존’의 가치 실현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