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속 시민의식의 빈곤
최근 제주 경제성장 눈부시지만
쓰레기투기 등 불법·무질서 심화
시민들 삶의 질은 오히려 하락
관광객에 환경부담금 부과 검토
‘청정과 공존의 섬’ 구현 위해선
내부 ‘사회병(病)’부터 치유해야
제주경제가 눈부신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제주지역 경제성장은 과거 우리나라의 고도 성장기를 보는 듯하다. 일각에선 요즘 제주가 단군 이래 가장 뜨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GRDP(지역내총산생)는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전국평균(2.7%)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1인당 지역총소득 증가율(2011~2014년 연평균)도 6.4%로 전국(3.7%)을 크게 앞질렀다. 경제성장은 관광객 증가 영향이 컸다. 제주 관광객 증가율은 2013년 이후 1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주민 유입으로 인한 인구 증가로 제주경제 규모가 팽창일로에 있다. 제주 인구 순유입 규모는 2010년 400명에서 지난해 1만4000명까지 확대했다. 유입인구와 관광객 증가세가 계속되면 향후 지역경제 규모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경제의 양적성장이 다수의 도민 행복으로는 연결되지 않는 모양새다. 경제성장 속에 도민의 삶의 질이 오히려 악화되는 역설이 일어나고 있다. 인구 증가 등으로 인해 주차난·교통난·환경오염 등 도민들의 생활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급기야 제주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과 세계자연유산 지역, 곶자왈, 오름 등 주요 환경자산의 훼손을 줄이고, 쓰레기 처리 등 환경보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제주 자연환경을 누리는 수혜자이자 환경오염물질 배출자이기도 한 관광객에게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환경부담금을 물리자는 것이다.
바닷가와 올레길 등 제주지역에 사람의 발길 닿은 곳마다 쓰레기가 널려 있는 게 현실이다. 제주의 가장 큰 자산인 ‘청정’을 지키기 위해선 환경부담금 부과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쓰레기 등 문제는 외지인만에 의해 비롯되는 게 아니다. 제주 토박이들의 쓰레기 불법투기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축산분뇨 냄새민원을 야기하는 것도 도민이다. 지역 이면도로 곳곳에서 불법주정차 무질서가 판을 치고 있다.
제주시가 3대 불법·무질서 근절운동의 일환으로 지난 3~5월 단속 및 정비의 날을 운영한 결과 불법·무질서행위 4933건이 적발됐다. 이면도로 불법주정차, 도로사유화, 쓰레기 불법투기 행위에 대해 자생단체 회원과 공무원이 합동으로 각 분야별로 매주 1회 일제 단속을 한 실적이다.
제주시는 지난해에도 ‘불법·무질서 근절 100일 운동’ 등 불법·무질서 근절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단속활동을 통해 불법행위 등 21만8011건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8만2243건에 대해 과태료 35억17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단속활동에도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단속할 때만 ‘반짝’ 효과에 그치고 있다. 시민생활 전반에 걸쳐 불법과 무질서가 고질병이 되고 있다. 가히 양심의 실종이라고 할만하다. 경제생활은 윤택해졌지만 그에 걸맞는 시민의식의 형성은 덜 된 상황이다. ‘풍요 속 의식의 빈곤’ 현상이 비일비재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는 ‘청정과 공존의 섬 제주’ 구현을 도정의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의 불법·무질서 ‘사회병(病)’을 우선 치유해야 한다. 무법과 무질서 의식이 광범위하게 번지면 사회의 공동체적 삶은 해체되기 마련이다. 청정과 공존을 기대할 수 없다.
맹자는 “배가 불러야 예(禮)를 안다”고 했다. 통상 삶의 여유가 생기면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커진다. 배려문화가 활성화한 사회에는 불법·무질서 행위가 상대적으로 적다. 시민들이 배가 불러도 예를 모르는 사회는 ‘도덕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사회의 공동체적 삶 해체를 걱정해야 한다. 제주지역 경제성장이 가파른 가운데 불법·무질서가 판치는 현실을 소홀히 볼 수 없는 이유다.
불법·무질서 근절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제주환경 등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관광객 환경부담금제 도입 못지않게 시민의식의 제고가 절실하다. 제주가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시민의식에도 ‘품격’이 필요하다. 경제성장에 비례해 시민의식도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도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