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모녀 32년 만에 무죄판결
정부(당시 안기부)의 불법·강압 수사로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모녀가 사건 발생 32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허일승 부장판사)는 지난 1984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김모씨(55.여)와 그의 모친 故 황모씨(2001년 사망, 당시 73)를 대신해 가족이 제기한 재심에서 이들 모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1979년 김씨는 가정형편이 곤란해지자 포항과 대구, 서울 등지에서 종업원 등에 종사하다 1983년 모친 황씨의 주선으로 친척 방문용 여권을 발급받아 일본으로 넘어가 종업원 등으로 일하다 1984년 1월 일시 귀국했다.
어머니 황씨도 사업이 실패하자 남편과 이혼하고 딸과 같이 생활하며 일본을 오가며 일하다 같은해 2월 일시 귀국했다.
이들이 제주도로 귀국하자 안기부는 그해 3월 이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조직된 ‘재일조선인 총연합회’의 사주를 받아 대남적화공작을 위해 귀국한 것이라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984년 7월 제주지법은 김씨에게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황씨에게는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각각 선고했고, 그해 말 광주고법이 이들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들 모녀는 지난 2013년 5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지난해 6월 재심개시 결정을 내린 후 그해 11월 재심결정이 확정되면서 재심이 시작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일본 행적이 자세하고 방대하게 서술됐음에도 수사기관에 연행당하기 직전 기록은 단순하거나 아무런 기재가 없고, 이들의 진술서가 짧은 기간(4일) 작성됐다고 믿기 힘들만큼 구체적이고 방대하다”면서 “구속영장이 집행된 장소가 안기부 제주분실인데다가 집행일도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날이 아닌 점에 비춰, 이들이 불법적으로 구금돼 자백한 것으로 자백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이 김씨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를 직접 증명하는 증거가 아닌 이들의 자백을 보완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자백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다른 증거들로는 혐의를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최종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