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보전위해 개념 정립해야”

곶자왈 정의 정립 학술 심포지엄
‘곶자왈’은 신조어…“곳, 곶, 고지가 제대로 된 표현”
암괴지대로 특유 식생 분포 “지형·지질학적 조사 필요”

2016-06-26     고상현 기자

제주의 숲 ‘곶자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동안 막연하게만 다가왔던 곶자왈에 대해 도내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곶자왈공유화재단과 곶자왈사람들은 24일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곶자왈의 정의 정립’이라는 제목의 학술제를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곶자왈의 언어, 식생, 지질 순으로 주제 토론이 진행됐다.

 

▪ ‘곶자왈’은 정확한 표기일까?

첫 번째 순서로 나선 오창명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는 “현재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곶자왈’은 199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신조어로 적절한 표기가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표현은 ‘곳, 곶, 고지’”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곳은 예로부터 어떻게 표기됐을까? 오 교수는 “고문헌을 찾아보면 곶자왈을 보통 ‘곶, 곳, 고지’로 표기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들 단어는 제주말로 지상에 노출되거나 지하에 박힌 돌들이 얼기설기 널브러져 있고, 그 위로 수풀이 우거져 꽉 들어찬 곳을 의미한다. 곶자왈의 모습을 그대로 말에 담고 있다.

‘곶자왈’은 1995년 ‘제주어사전’에 등록되면서 대중적으로 사용됐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오 교수는 “그 이후로 포털사이트 등에서 그대로 사용해오고 있다”며 “다만 ‘곶자왈’을 신조어로서 인정하고 쓰더라도 그 의미나 개념에 대해서는 식생학적․지질학적 측면으로 숙고해서 정의해야 한다”고 했다.

 

▪ 좁은 면적에 다양한 식물들

송관필 제주생물자원 박사는 곶자왈에 대해 “좁은 면적(124㎢)에 다양한 식물상을 가진 특이한 곳”이라며 “수직으로는 낙엽활엽수림, 상록활엽수림, 침엽수림, 관목림, 초지가 나타나고 횡단면으로는 잔디군락, 종가시나무숲, 곰솔나무숲 등이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곳”이라고 설명했다.

송 박사는 곶자왈에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하는 이유로 목장을 들었다. 송 박사는 “곶자왈이 들어선 해발 200~600m 지역에는 과거부터 마소 등을 키우는 목장들이 있었다”며 “이 목장들이 곶자왈 일부들을 고립시켜 고유의 식물군이 자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크고 작은 암괴로 이뤄진 지대

‘제주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에는 곶자왈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고기원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팀장은 “곶자왈의 본질은 암괴로 이뤄진 지대다. 이런 지질적 특성 때문에 곶자왈 특유의 식생이 자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 팀장은 “그동안 곶자왈 지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곶자왈 지대 내부를 구성하고 있는 지형․지질학적 요소들에 대한 조사와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제주에 광범위한 개발이 이뤄지면서 곶자왈이 크게 훼손될 위험에 처해 있다. 전체 면적 124㎢의 60%가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곶자왈에 대한 정의가 제한적으로 설정돼 있어 제대로 보전되고 있지 못 하고 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윤용택 제주대학교 교수는 “지금 우리가 말하는 ‘곶자왈’이 과거 조상들의 곶자왈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차차 개념을 제대로 정립해 곶자왈을 체계적으로 보전해 나가면 좋겠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