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외면 보육정책 ‘표류 중’

[맞춤형보육] (하) ‘자가당착’적인 정부의 보육 철학

2016-06-22     문정임 기자

누리과정은 ‘평등’ 주장 맞춤형보육은 ‘차등’ 논리
줏대없는 복지방향성에 어린이집·학부모 불만 폭발

외벌이 가정의 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맞춤형 보육’이 7월 1일 실시되는 가운데 정부의 보육정책 철학이 ‘자가당착’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12년 대한민국의 모든 영·유아에게 ‘동등한 수준’의 교육과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누리과정 제도를 도입한 정부가, 이번에는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무상보육 시간에 차이를 두겠다는 선별 차등지원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본 지가 취재 중 만난 학부모와 어린이집 관계자의 상당수는 “정부의 보육 철학이 매년 달라져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일정한 방향성이 없는 점”을 가장 큰 불만으로 꼽았다.

국회 독립기관으로 정책 분석을 맡고 있는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발표한 맞춤형 보육 보고서에서 ‘급여의 형평성 논란’을 비중있게 다뤘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결과적으로 제도 시행 후 형성되는 종일반, 맞춤반(이상 보육료 지원), 가정양육수당의 삼중 구조가 정규직 여성, 비정규직 여성, 전업여성 간의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취업 여성을 지원하는 것은 일·가정 양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서는 일을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거나 노동시장에서 배제돼 있거나 임신·출산·육아로 노동시장에서 이탈된 여성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입법조사처는 맞춤형 보육의 문제점을 ▲시범사업 결과의 반영 부족 ▲이용자 혼란 ▲급여 형평성 ▲어린이집 운영 악화 네 가지로 제시하면서 이 가운데 형평성 논란을 핵심으로 꼽기도 했다.

즉, ‘누리과정’이라는 이름에서 보여준 보편적 복지의 지향점이, ‘맞춤형 보육’이라는 새로운 제도에서는 여전히 선별적 차등지원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23일과 24일 집단 휴원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엄정 대처 방침을 밝히며 압박했고, 엄마들은 오는 24일 종일반 보육 희망자 서류 제출 기한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제도 시행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