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ㆍ무더위로 투표율 저조…지역별 차이 뚜렷
투표율 37%…의미와 전망
최종 결론은 시장을 임명제로 하고 기초의회를 없애는 ‘혁신안’이지만 제주도정은 투표 결과에 따라 ‘한층 어깨가 무거워질’ 전망이다.
혁신안이라는 계층구조개편을 혼수품으로 제주특별자치도에 탄력을 붙이려한 제주도정의 방침은 절반의 성공속에 ‘점진안이 낫다’고 여기는 도민들도 같이 업고 가야하는 까닭이다.
투표율이 50%를 넘기고 두 대안의 격차가 10% 이상 차이를 보였을 경우 제주도정은 가벼운 행보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다소 낮은 투표율과 함께 지역별로 심한 차이를 나타낸 시각차 등은 앞만 보고 달리려는 제주도정에게 ‘뒤도 돌아볼 것’을 충고하고 있다.
▲예상을 밑돈 투표율.
지난해 재보궐시 투표율은 절반에 가까운 49.8%.
두 명의 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도지사 선거와 함께 3명이 어우러진 제주시장 선거와 비교해볼 때 그리 낮은 수치는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누구를 뽑는 선거인 탓’에 선거 자체가 열기를 뿜었다는 점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이번 주민투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는 특성을 지녔다는 해석이다.
반면 ‘선출직 단체장’은 잘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바꾸면 그만’이지만 행정계층구조는 향후 적어도 수 십년은 안고 가야할 제주도의 미래와 밀접한 중요사안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 등 관계당국은 더운 여름날씨를 비롯해 정책에 대한 무관심 성향, 행정당국의 투표독려행위 금지 등을 극복, 최소 40%선을 가볍게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낮은 투표율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홍보부족’을 들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지난 5월부터 6월 중순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포함 계층별 설명회 등에 이어 반상회 등으로 여론 확산에 총력을 기울였다.
제주시에 거주하는 B씨(45. 자영업)는 투표일 전날인 26일 이와 관련 “혁신안, 점진안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향후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면서 “잘모르는 내용을 선택하려니 투표참여가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투표 운동기간 중 행정당국에 의한 주민투표 참여 독려 행위를 금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방침도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지역별로 심한 편차.
도 전체적으로는 혁신안이 14%포인트 앞섰지만 서귀포시는 혁신안 43.6%, 점진안 56.4% 및 남제주군은 혁신안 45.1%, 점진안 54.9% 등으로 역조현상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북군은 혁신안 57.2%, 점진안 42.8%로 나타났고 제주시는 혁신안 64.5%, 점진안 35.5%로 혁신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서귀포시겞껑봉?혁신안 기피현상은 지역에 뿌리 깊은 ‘산남 홀대론’과 호흡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제주도에 의해 주민투표가 발의된 후 이 지역 일부 주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산남경제가 엉망인 상황에서 혁신안으로 시장. 군수가 임명제로 되면 전권을 가진 도지사는 선출직인 탓에 인구집중 지역인 제주시를 우대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혁신안의 주장과는 달리 이러한 우려가 기초단체장의 행보와 더불어 상승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북군의 혁신안 선전은 구좌읍과 애월읍에서 두드러졌다.
선거시마다 ‘몰표 현상’이 잦은 구좌읍 주민들의 투표 성향이 이번에도 재현됐다는 것이 정가의 관측이다.
애월읍은 혁신안에 의해 제주시로 행정명칭을 바꾸면 제주시와 인접한 탓에 ‘지역발전이 앞당겨 질 것’을 기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심리가 표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다소 멋쩍은 제주도정.
제주도정이 바란 황금분할 구도는 투표율 50% 이상, 대안별 격차 10% 이상 등이다.
절반을 넘는 투표율과 격차가 큰 대안선택이라야 짐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주도가 기피하고 싶었던 결과는 1/3을 겨우 넘기는 투표율, 각 대안별 차이 5% 안팎이거나 이내일 경우다.
가기는 가야하지만 신중하게 가야한다는 충고를 이번 주민투표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그나마 저조한 투표율을 두 대안간의 격차가 메 꿨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이번 투표결과를 행정자치부에 지체없이 알려 방침을 기다려야 한다.
정부나 제주도 모두가 이번 투표결과를 거부할 아무런 명분은 없다.
주민투표법에 명시된 투표율을 웃돌았고 투표에 참가한 도민들은 뚜렷한 차이를 제시하며 ‘혁신안’을 제주미래에 적용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낮은 투표율 등을 문제삼아 ‘없었던 일’로 돌릴 경우 이는 ‘민주주의 원칙’에서 벗어난 무책임한 행동일 뿐 아니라 행정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땅에 떨구는 행위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