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힘내라는 말 대신 힘을 주자”
내달 29일 특성화고 청년잡페어
구직자 취업기회 확대 위한 자리
세상은 더불어 살아간다. 여성과 남성, 진보와 보수, 기성세대와 신세대. 서로 다르지만 세상이 원만히 유지되고 있는 것은 다름에 대한 ‘배려’가 배척보다 훨씬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선량한 강자들 덕분이다. 힘을 폭력으로 사용하지 않고 짐을 나눠들어주는 데 쓰는 것처럼 아무래도 강자에겐 약자보다는 배려의 기회가 많다.
그런데 대한민국 기성세대에게선 선뜻 ‘배려’가 떠오르지 않는다. 젊은이들을 희망고문으로 ‘갈취’하고 좌절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목도된다.
얼마 전 서울 구의역에서 혼자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비극적인 사고를 당한 19세 김군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용역업체 비정규직으로 월 144만원을 받고,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이 격무에 시달리던 젊은이가 맞이한 것은 미래가 아니라 죽음이었다.
곧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던 젊은 청년의 죽음은 덩그러니 남겨진 컵라면과 함께 전해져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분노한 것은 끼니도 거르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함을 온 몸으로 견뎌냈던 한 청년에 대한 서글픈 공감이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으로 희망고문을 했던 기성세대들은 3배나 많은 450만원 안팎을 받았다고 한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 기성세대의 ‘민낯’이 드러났다. 기업에서 취업준비생들을 티슈처럼 쉽게 뽑아 쓰고 버린다는 뜻의 ‘티슈인턴’, 정식 취업이 어려워지자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며 단기간 인턴직을 전전한다는 ‘호모인턴스’ 등 청년들의 자조적인 신조어들도 쏟아졌다.
이러한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고용보조지표의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공식 청년실업률은 8.0%이나 체감실업률은 이보다 4배나 높은 34.2%에 달했다.
사실상 취업포기자인 니트족(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과 비자발적 비정규직을 포함시킨 수치이기는 하나 가히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청년들은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는 집값, 물가상승에 따른 생활비용 증가 등 불안정한 미래에 꿈도 희망도 삶까지 모든 것을 포기하는 ‘전포세대’로 내몰리고 있다.
이래선 안된다. 청년들에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희망고문이 아니라 정책 우선순위에 청년들을 놓고 왜 니트족이 되고, 전포세대가 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따른 처방이 이루어져야 할 때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YWCA청년일자리지원센터,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머리를 맞대고 내달 29일 제주한라체육관에서 ‘2016년 특성화고 청년잡페어(Job-fair)’를 마련했다. 이번 잡페어는 44개 기업의 현장채용면접과 40개 기업의 간접채용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청년구직자들의 취업 기회 확대를 위한 힘찬 발걸음이 될 것으로 믿는다.
특히 제주지역에 맞는 구인기업 모집과 특성화고 졸업(예정자)의 맞춤형 현장면접, 다양한 직업 및 취업지원프로그램도 운영, 잠재적 취업예정자의 조기진로 설정도 지원한다. 또한 미래의 직업관 형성에 도움을 주고자 재학생 중심의 도내 고용시장 트렌드 소개, 취업 매칭 컨설팅, 기업체 인사 담당자와 만남, 해외취업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도내 취업 유관기관과 함께 하는 제주지역 맞춤형 청년일자리박람회로 진행될 예정이다.
취업은 여전히 많은 청년들의 고민이다. 그리고 구의역 사고현장 포스트잇에 누군가 적어놓았던 “그대가 잘못한 것이 아닙니다”라는 추모의 메시지처럼 현재의 청년실업의 문제는 준비 없는 청년들의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고용 없는 성장 분위기와 맞물려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회현상일 뿐이다.
이제는 청년들에게 “힘 내라”는 말 대신 ‘힘’을 주는 청년일자리창출정책이 실현돼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은 ‘2016년 특성화고 청년잡페어’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