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지나도 ‘사건 현장’은 그대로

텐트 사망사건 뒷처리 부실
“사유재산이라 조처 못해”

2016-06-20     고상현 기자

“으스스한데 아무도 신경 안 쓰나요?”

20일 오전 9시50분께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인근 야영장. 지난 5일 장기간 텐트를 치고 살다가 숨진 채 발견된 고모(56)씨의 텐트 주변을 주민 김모(42)씨가 지나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사건 현장과 산책로가 인접해 있어서 이곳을 지날 때마다 무섭다”며 “사망자가 발견된 지 보름이 지났는데 저렇게 계속 놔둬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직접 사건 현장을 둘러본 결과 경찰이 현장 감식을 위해 나무에 쳐놓은 폴리스라인은 풀어진 채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고, 텐트 안에는 사망자 고씨가 사용했던 이불, 가전제품, 옷가지, 가재도구 등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몇몇 물건들은 텐트 바깥으로 빠져나와 있기도 했다.

이처럼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사건 현장이 제대로 수습되지 않아 관계 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취재 결과 이호동 주민센터는 이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조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에게 적극적으로 치워달라고 요청하거나 행정 집행을 처리하는 등 적극적인 조처가 가능했음에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호동 주민센터관계자는 “사망자의 유품이 사유재산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조처하지 못 한 측면이 있었다”며 “26일부터 해수욕장이 개장되는 만큼 하루빨리 조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