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운동장 술병…‘부끄러운 어른들’

간밤 벌어진 술자리 흔적
담배꽁초에 각종 쓰레기
어린이 흉내 일탈도 우려

2016-06-19     고상현 기자

지난 17일 오전 제주시 삼도2동에 있는 제주북초등학교. 아침 일찍부터 어린 학생들이 교정 곳곳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학생들이 낑낑대며 들고 있던 쓰레기봉투에는 전날 저녁에 어른들이 먹고 운동장에 버린 치킨, 술병 등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이날 청소에 참여한 김미정(12)양은 “학교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문제지만, 안 치우고 가는 게 더 문제인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신제주초등학교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19일 오전 기자가 직접 교정을 둘러본 결과 운동장 곳곳에 담배꽁초와 맥주병들이 버려져 있었다. 손자와 학교 운동장을 찾았다는 고정은(64)씨는 “주말이면 손자랑 집과 가까운 이곳에 자주 온다”며 “오면 꼭 술병이나 담배꽁초가 보인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학교인 만큼 어른들이 제대로 쓰레기를 치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들이 주로 생활하는 학교에서 일부 어른들이 술을 마시고 제대로 치우지 않거나 담배꽁초를 버리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들이 쾌적한 학교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시민 의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자치경찰단 관계자는 “경찰 쪽에서도 경고 문구를 학교에 게시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시민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에서는 일부 어른들이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와 술병들이 아이들의 일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북초등학교 관계자는 “며칠 전 한 학생이 운동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교실에 갖고 와서 친구들 앞에서 담배 피우는 시늉을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주변에서 술과 담배가 쉽게 볼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되면서 아이들이 술과 담배에 가까워지는 결과를 낳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