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한 삶 조명 치중 예술세계 분석 미흡”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획 <하> 이제는 작품을 논하자
17일 오페레타 ‘중섭’ 하이라이트 역시 아쉬움
행복했던 기억 작품도 다수…다양한 관심 필요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이 만들어낸 이중섭 신화는 이중섭이 아니다.” 이중섭 평전 저자인 미술사학자 최열의 말이다.
천재화가이자 불행한 생을 살다간 고독한 예술가. 또한 아내 마사코와의 애절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이렇게 신화가 되어버린 화가로 후대는 이중섭을 기억하고 있다.
지난 17일 이중섭의 삶을 다룬 오페레타 ‘한국의 화공-중섭’ 하이라이트 공연이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9월 본 공연에 앞서 열렸다. 이중섭과 마사코의 사랑을 시작으로 출연진들이 선보이는 아름다운 하모니는 극의 흐름과 어우러져 많은 관객들로부터 박수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공연은 서귀포시가 자체 제작한 만큼 이중섭이 서귀포에서 지낸 삶과 그의 예술적 역량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41년 짧은 생을 살다간 한 인물의 쓸쓸한 생애를 전반적으로 보여줬다.
이중섭은 제주도에서의 피난 생활을 물질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정신적으로는 한없이 행복했던 시기로 기억했다고 한다. 실제로 당시의 행복했던 기억과 장면을 화폭에 담아 ‘서귀포의 환상’과 ‘섶섬이 보이는 풍경’과 같은 주목할 만한 그림을 남기기도 했기에 서귀포 자체 제작 공연이 주는 깊이가 안타까운 삶에만 초점이 맞춰져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서귀포 시민 강경호(39)씨는 “그의 그리움과 쓸쓸함이 어떻게 예술작품으로 표현됐는지 궁금했다”며 “공연은 좋았지만 이중섭의 외로운 삶 말고, 화가로서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잘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고 본 공연에 보완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비쳤다.
미술학자 최열은 본인의 책을 통해 그동안 추측과 환상 등으로 잘 못 알려져 온 이중섭을 바로 잡기 위한 시도를 했다. 그것이 불과 2014년 말이다.
이중섭 미술관 전은자 큐레이터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 화가의 라이프스타일에 지나치게 치중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미 오래전부터 예술계에서는 이중섭 작품에 대한 분석 연구가 부족했다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 큐레이터는 “이중섭이 아직도 연구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에 깊이 공감하고, 다만 그의 그리움과 불운한 삶 등이 작품에 적용이 안 될 순 없기에 일반 사람들도 좀 더 이중섭에 대해 다양한 관심을 갖고 다가간다면 지금부터라도 이중섭은 무궁무진하게 전문가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화가로 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중적인 감성에 맞춰 각색하기 위해 그의 불운한 삶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예술학적으로 그의 작품이 갖는 의미와 대한민국 현대 미술사적으로 이중섭을 조명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