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 예고한 도시계획조례 개정
제주도 도시계획조례 개정안과 관련 공청회(公聽會)가 열린 15일, 도농어업인회관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공청회 시작 전부터 일부 주민들은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피켓 속엔 ‘대기업의 난개발엔 눈을 감고, 서민들의 생존권엔 등을 돌리는 제주도정 규탄한다’는 등의 구호가 난무했다.
어렵사리 공청회가 시작됐으나 수십 여명의 주민들이 토론회장을 가로막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날 공청회는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파행(跛行)을 빚다 10분 만에 결국 무산됐다.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도민들은 “이번 개정안은 지역균형발전에 역행(逆行)하고 읍면지역을 소외시키는 조례”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도시사람만 배불리고 농촌주민은 죽어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청회에 참석한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의 목적이 난(亂)개발 및 지하수 오염 방지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읍면지역의 토지가격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민이나 도민들이 읍면지역에서 토지를 구입하고 집을 짓기 위해 하수관로를 끌어오려면 100m에 4000~5000만원이 소요되는데 누가 그걸 감당하겠느냐는 것이 반대 이유다.
건설단체연합 관계자도 “대기업엔 온갖 특혜(特惠)를 주면서 하수관로나 도로폭 등의 기준을 내세워 건축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서민들만 죽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례 개정 이전에 기본적으로 읍면지역에 공공하수관로 구축과 도로 확장 등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번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 동안 반대의견이 100여건 넘게 접수되는 등 어느 정도의 반발은 예견됐었다. 그러나 공청회 자체의 무산(霧散)은 예상치 못한 결과다. 반대 주민들은 ‘지역균형발전 역행과 읍면지역 소외’ 등을 내세우지만 그 이면엔 특정집단 이익 대변 등의 이기주의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는 말 그대로 중요한 정책의 결정이나 법령 제·개정과 관련 이해 관계자나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는 제도다. 격의 없는 의견 개진과 심도 있는 토의 대신 공청회가 파행 끝에 무산된 것은, 아직도 우리사회가 ‘미성숙(未成熟)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뒷맛이 썩 개운치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