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예술과 설치 너무 서두른다
출발 위한 계획과 준비 크게 미흡
개교 늦더라도 철저히 시작하자
교육(敎育)이란 말은 맹자의 ‘得天下英才而敎育之(득천하영재이교육지·천하의 영재를 모아 교육하다)’란 글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교(敎)’는 가르치는 사람이 주도하여 배우는 사람을 이끈다는 뜻이고, ‘육(育)’은 타고난 성품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육성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교육의 의미는 교육기본법 제2조에 홍익인간(弘益人間·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의 교육이념으로 구현되고 있다.
이런 교육이념을 구현하는 데에 제1의 본질은 ‘아이들 최우선’이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은 모든 자원의 선택과 집중이 아이들과 아이들의 미래준비를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은 어른들의 논리나 고집은 물론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일방적으로 추진돼선 안된다.
요즈음 제주교육을 둘러싼 쟁점 중의 하나가 바로 ‘고교체제개편’이라는 미명 아래 이루어지고 있는 예술과 설치 문제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기존 읍면 2개 학교의 ‘보통과’와 ‘특성화’과 각각 2개 학급을 줄여 ‘미술과’와 ‘음악과’를 설치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책 방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준비가 부족해선 안 될 일이다. 친구들끼리 등산가는 것도 준비가 필요한데 하물며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일이다.
미술과나 음악과 설치는 새로운 학교를 하나 만드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반드시 갖춰야 할 것들, 즉 교육과정·교재·교원배치 방안·시설·학습기재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준비된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급박히 추진하는 교육당국의 의도를 알 수 가 없다.
교육당국은 당장 2017년도에 미술과나 음악과를 설치하면 그 자체만으로 마치 학교가 좋아지는 것처럼 홍보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고교체제개편이라는 공약을 이행한다는 포장을 하고 있을 뿐, 정작 아이들의 미래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교육은 계획과 준비에서 출발한다. 준비 없는 교육은 필연적으로 부실을 가져오게 되고, 이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보이지 않는 치명상을 입히게 된다. 교육은 철저한 준비가 우선돼야 하는 것인데 어른들의 고집과 업적 만들기로 아이들의 미래만 희생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참으로 앞선다.
현재의 논의는 미술과나 음악과의 운영 전망이 주가 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그럴 경우 보통과의 일반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교육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통과 학생들을 위한 특단의 육성책 또한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현시점에서 보통과 학생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교원에 대해선 ‘두드러지는’ 인센티브도 있어야 한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별도의 인사규정도 필요하다. 주당 수업시수를 국제학교 수준으로 낮춤으로써 교사가 교육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 개별 맞춤형 지도가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비로소 예술과 운영의 효과를 아이들에게서 보게될 것이다.
예술과 운영으로 아이들과 학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개교를 늦추더라도 충분하고도 철저한 준비가 우선이라는 점을 교육당국은 알아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교육과정을 바꿀 때도 적어도 5년 정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실행하는데, 제주에선 제대로 시뮬레이션을 해 본 적도 없다. 하드와 소프트웨어 어느 것 하나도 준비하지 않은 채 우려의 목소리를 묵살하면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 같아 걱정이 크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개교에 필요한 것들을 차분히 그리고 철저히 준비하여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제주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제주교육이 되기를 교육당국에 간곡히 당부한다. 교육의 모든 것은 우리 아이들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