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체계 개편과 자가용

2016-06-15     오정훈

교통정체로 차보다 빠른 사람도
대중교통이 더 편한 제주 만들기

러시아워 제주 도심은 자동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야말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그러다보니 자동차로 가는 것보다 걸어서 가는 게 더 일찍 도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교통정체 때문에 제주에선 자동차보다 빠른 사람들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지역 자동차 수는 45만대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5만대 이상 꾸준히 증가하면서 세대당 1.69대로 전국 평균 0.99대를 크게 웃돌며, 전국 최고의 자동차 보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버스 수송 분담률은 10.1%로 서울과 대전의 27%는 물론 전국 평균 26.7%도 크게 밑돌고 있다. 자가용 수송 분담률이 43.5%로 아주 높기 때문이다.

도내 도로 용량은 이미 한계선을 넘은 듯하다. 몇 년 전만 해도 낮에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었지만 지금은 예전과 다름을 누구나 느끼고 있다. 도로가 막히면서 버스(대중교통)도 제시간에 정류장에 도착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정해진 시간을 맞추려는 기사와 승객들간 실랑이가 발생하고, 이는 곳 민원이 되어 곧바로 버스회사 또는 도청 해당부서의 전화로 이어진다.

공항을 가려는 승객은 택시를 타도 막힘으로 인해 탑승시간 맞추기를 장담할 수가 없다. 제주에서 교통에 관해선 다들 힘들어 하고, 안타깝게도 계속 나빠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난달 31일 제주도청에서 대중교통체계 개편 실행용역 제2차 중간보고회가 있었다. 연구용역 결과를 통해 환승을 연계한 제주 전지역 시내버스화, 간·지선 버스노선체계 구축과 급행·지선버스, 마을버스, 대중교통 우선차로 도입 방안 등이 제시됐다.

그 동안 시외·시내로 구분 운행하던 버스운행을 제주 전 지역을 4개축으로 한 환승센터 거점을 중심으로 시내버스화, 단일요금으로 운행하면서 지역간 요금 불평등도 해소한다는 복안이다. 그리고 간선버스는 기차·지하철이 없는 제주에 기차와 지하철이 제시간(정시성)에 갈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지선(마을)버스는 간선버스를 탈 수 있는 환승센터·환승정류장까지 이동시켜주는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동·서지역과 남북지역을 중심으로 버스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일주노선 급행버스, 평화로·번영로 급행버스 도입 방안도 나왔다.

또한 시외에서 진입한 급행버스 및 시내버스가 빠르고 이동하고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제주시내 도심교통 혼잡구간 동서광로 및 중앙로 일부 등 10㎞ 구간에 대중교통 우선차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우선차로에는 이동 불편에 따른 자가용 이용자의 도입 저항, 대중교통체계 개편에는 도민과 지역·버스업체 등 이해관계로 대중교통체계 개선에 적지 않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문제를 풀기 위해선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해야만 한다. 물론 도로여건개선·불합리한 신호체계 조정·차고지 증명제·주정차·교통질서 준수 등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만들어 더 많은 도민과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가 아닐까 한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이라는 새로운 선진교통시스템을 통해 항상 버스가 제시간에 온다면 자가용·렌터카 이용자들은 버스를 선택할 것이다. 운전기사들에겐 친절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면 서로 웃으면서 타고 다니는 편안한 버스가 될 것이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계기로 가까운 거리 자가용 안타기, 불법 주정차 안하기, 교차로 꼬리물기 안하기, 신호 잘 지키기 등 자가용 이용습관도 바뀔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그래야 모두가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습관의 작은 변화가 사회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믿는다. 성공적인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전 도민의 관심과 협조, 동참을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