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보여주기式 쇼’는 이제 그만
제주도의회의 ‘보여주기식 쇼’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어떤 사안과 관련 호통성 질의 등으로 으름장을 놓다가, 결국은 ‘사실상의 원안(原案) 통과’로 마무리 짓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다.
지난 24일 진행된 행정자치위원회의 경우를 보자. 이날 심사에 오른 것은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조례 및 지방공무원 정원 조정 일부개정조례안’이었다. 의원들은 공무직(무기계약직) 인력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정원 98명을 증원하는 조례 개정안을 놓고 하나같이 질타성 질의를 이어갔다.
김영보 의원은 “지난해 실시된 조직진단 용역에서 공무원은 135명 증원, 공무직은 218명을 감원하는 규모를 제시했다”며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보면 공무직은 감원 않고 공무원만 증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김경학 의원은 “지난해 실시한 조직진단 용역은 참고용이었냐”며 “용역비 3억을 허공에 날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정식 위원장 또한 “특별자치도 출범 취지가 ‘저(低)비용 고(高)효율’ 이었다”며 “인건비 비중은 제주가 전국에서 가장 높다. 업무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효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조직설계가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모두가 옳은 지적이고 맞는 말이다. 올해 1월 기준 제주도 공무원 정원은 5284명이다. 이와는 별개로 공무직도 2215명에 달한다. 공무직을 포함한 도(道) 예산 대비 인건비 비중은 14.85%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다. 때문에 정원조정이 필요하고 용역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당초 의원들의 질타가 잇따르며 조례 개정안은 대폭 수정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결론은 공무직과 관련해서는 감축 및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 의회에 보고하고, 정원관리는 조직관리부서에서 일원화해 관리하라는 것으로 끝났다. 성과라고는 ‘자치경찰 3명 증원 삭제’가 전부였다.
집행부의 결정에 잘못이 있다면 이를 개선토록 하는 것이 도의회의 의무이자 권리다. 잘못은 추상같이 지적하면서도 결론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끝맺는다면 이는 일종의 ‘허무 개그’에 다름 아니다. 도의원들은 이제 ‘보여주기식 쇼’를 그만 두고 도민 편익 위주의 의정활동을 펼쳐야 한다. 정원 조정만 하더라도 혈세(血稅)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