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치매모친 사망하자 위자료 요청 패소

재판부 “돌본 노력 확인 안돼”
요양병원 입원도 보호기관이

2016-06-15     박민호 기자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사실상 방치해 온 자식들이 요양원에서 어머니가 사고로 사망하자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해당 요양병원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진행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게 이유다. 재판부는 다만 병원측의 과실은 일부 인정했다.

제주지방법원 민사2단독 이승훈 판사는 숨진 강모씨의 보호자 고모씨와 아들 3명이 제주도내 모 요양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개호비, 병원·진료비, 직불치료관계비, 장례비, 위자료 등)소송에서 병원은 고씨에게 1626만3880원을, 숨진 강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아들들이 제기한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씨는 지난 2010년 2월 해당 요양원 입원 첫날 간병인이 화장실을 간 사이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 충격으로 강씨는 다발성 가슴뼈 골절 등 부상을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합병증으로 2013년 11월 숨졌다.

이에 보호자 고씨는 해당 요양원을 상대로 위자료 등 5365만여원을, 아들 3명은 “어머니의 사망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각각 1500만원의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간병인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한 만큼 병원이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해당 요양원이 노인전문병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준을 모두 갖췄고, 부적정한 의료행위가 아닌 우연하고 돌발적인 사고였기 때문에 해당 요양병원의 책임을 40%로 제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해당 병원은 원고에게 1501만3880원을 배상하고, 사고 이후 합병증으로 통증에 시달리다 숨진 강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아들들의 제기한 위자료 청구건에 대해 재판부는 “강씨를 해당 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아들들이 아닌 노인보호기관이었다. 특히 입원 당시 입고 있던 옷은 세탁이 돼 있지 않고, 머리와 몸도 씻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면서 “때문에 강씨의 사망으로 아들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기 어렵고, 사망 직후 한국손해사정사회에 손해배상금을 평가토록 한 점 등에 비춰 아들들이 강씨를 보살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들이 강씨와 상속관계에 있기 때문에 강씨의 위자료의 4분의 1(원고+아들3)인 125만원씩을 지급토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