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외면한 채 잇속만 챙기는 제주항공
도민들의 하늘길 이용편의 등을 위해 제주자치도가 출자(出資)한 제주항공은 지난 2006년 출범했다. 당시 제주도는 애경그룹의 항공운송사업 면허와 운항증명 취득, 항공노선 및 공항시설 이용권 확보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도민들도 제주항공 도민주 공모에 적극 참여했고, 지역 언론들 역시 홍보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때문에 제주항공은 한동안 ‘제주(도민)의 항공사’로 각인되어 왔다. 그러나 10년이 흐른 지금 자기 잇속만 챙기는 ‘몰염치(沒廉恥) 항공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것은 제주기점 국제선 취항이 단 한 곳도 없는데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오는 7월20일 인천~삿포로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지난 5월 인천~도쿄(나리타) 운항 횟수를 하루 2회에서 3회로 늘린 지 두달여 만이다. 제주항공이 새 노선에 취항하게 되면 한·일 양국 6개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가장 많은 9개의 일본 노선망을 갖추게 된다. 하루 운항 횟수도 LCC 중 가장 많은 15회에 달한다.
이처럼 수익이 되는 노선엔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정작 제주기점 일본 노선은 단 한 곳도 없는 상태다. 더욱이 제주항공은 기존의 제주~오사카(간사이) 노선마저 2013년 운항을 전격 중단, 침체된 일본시장 회복을 위한 제주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같은 제주항공의 일본노선 운휴(運休)는 다른 항공사까지 영향을 미쳐 도미노 현상을 초래하는 빌미가 됐다. 그 결과 현재 제주기점 일본 노선은 대한항공의 제주~도쿄, 제주~오사카 노선으로 축소되어 겨우 명맥(命脈)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는 그동안 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제주항공에 일본노선 취항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몇 년째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제주도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설립된 항공사라 하기엔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셈이다.
백번 양보해 적자(赤字) 항공이라면 그러려니 이해라도 하겠지만 제주항공은 지난해만 6081억 매출에 무려 514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돈을 쫓는 사기업의 속성을 모르는 바 아니나, 작금의 제주항공 행태를 보노라면 어쩐지 ‘사기’를 당한 것만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