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 자치역량 '시험대'

'혼란' '갈등' 묻고 이제 미래로…

2005-07-27     고창일 기자

이번 주민투표는 제주도의 미래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10년을 넘기고 있지만 그 동안의 지방자치제도가 '반쪽'이었다는 점에서 주민투표 향방에 따라 제주도가 '전국을 선도 할 것인가 아니면 전국의 1%라는 외형적 위치에 충실할 것인가'가 결정될 전망이다.
여기에 제주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추진이라는 프로젝트에 앞서 '제주도민의 자치역량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시험지'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거부운동'을 합법으로 규정했지만 '민주주의는 참여에 의해 완성된다'는 원칙론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더욱이 지방자치제의 목적이 '주민참여'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표참가로 권리를 행사하는 동시에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실정이다.

▲무책임한 소문들.

주민투표 운동기간 도민사회에 우려를 던진 것은 다름 아닌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다.
특정안을 흠집내기 위한 이러한 소문은 어느 정도 논란의 여지가 엿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바뀌면 더 큰일 날 것'으로 해석됐다.
행자부와 제주도가 현행 법규정을 예로 들며 '절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공무원수 및 중앙 지원금 감축설'은 투표운동 기간 내내 유권자들의 귀를 간지럽게 했다.
좁은 지역인 탓에 가까운 친. 인척 중에 공직자가 허다한 상황에서 '실업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을 심으면서 도민들의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했다.
이에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면 오히려 공무원 직제가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을 공식 발표했으나 '자연 감축되는 공무원 숫자를 채우지 않을 것'이라는 헛소문을 내세우는 동시에 '경제가 어려운 데 공무원마저 줄어들면 낭패'라는 들도 보도 못한 논리마저 등장했다.

여기에 단체장이 많아야 중앙지원금을 더 타낼 수 있다는 주장을 비롯해 기초단제장이 임명직이 되면 공약을 없애 지역 발전이 더뎌질 것, 관변단체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들 것, 사회단체 등을 통폐합 할 수밖에 없을 것 등 현행 제도를 떠나면 '큰일 난다'는 식으로 도민들을 현혹했다.
심지어 농협법에 의해 설립. 해체되는 지역농협까지 들먹였다는 점에서 비난을 샀다.

▲미래만을 보자.

'진정한 특별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 제주특별자치도를 바라보는 이 해찬 국무총리의 기본방침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서울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추진기획단 현판식에서 이 해찬 국무총리는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정부차원의 구상을 밝혀 관심을 끌었다.
이 총리는 "헌법적인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자치권을 제주도에 넘겨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하와이처럼 한국에 또 다른 하와이를 만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어 "제주도가 지금은 대한민국의 끝자락에 있지만 21C 선진 통상국가를 이끌어가는 머리가 되도록 제도와 문화적인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리는 홍콩의 예를 들었다.
"향항(香港)이라고 불리는 홍콩은 과거 향(香)나무가 많아 땔감을 만들어서 파는 지역이었으나 백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했다"며 이 총리는 "과거 민주당 시절 국제자유도시 기획단장을 맡았을 당시 획기적인 제도개선을 못해 아쉽다"면서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국무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지역 국회의원들이 전하는 분위기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강 창일 의원은 "정부의 걱정은 제주도가 명실상부한 주민자치를 이뤄낼 수 있을까하는 점"이라며 "이에 대한 제주도의 답변은 투표율이라는 숫자 뿐"이라고 뒷받침했다.

▲특별자치도는 지방자치의 전형.

사실 현행 지방자치제는 계층만을 복잡하게 만들었을 뿐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행 체제는 광역단체 및 기초자치단체장들을 직접 뽑고 광역의회 및 기초의회를 뒀지만 중앙집권체제를 혼용하는 형편이다.
도의회 등이 조례 등을 만들지만 중앙 정부의 원칙을 벗어날 수 없다.
반면 제주특별자치도는 헌법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도 자체에서 만든 조례 등에 의해 제주도민이 살아가게 된다.
좀 더 확대하면 외교. 국방 등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결정 사항은 도민에 주어지게 되는 셈으로 도민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