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에 反旗 든 도교육청의 속셈
2016-06-12 제주매일
제주도교육청이 당초 계획에 따라 2017학년도 3월부터 애월고 미술과를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이는 ‘충분한 준비’를 주문하며 제동을 걸었던 도의회에 정면으로 ‘반기(反旗)’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서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1차 추경 심사에서 애월고 미술과 예산(23여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예결위 또한 설계비(1억400만원)만 회생시켰다. 제동(制動)을 건 가장 큰 이유는 도교육청의 준비 부족에 있었다. “내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겠다고 하면서 불과 몇 개월 남겨둔 지금까지 학교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다”는 것이 도의회의 시각이다.
이 같은 지적엔 교육계 상당수가 공감했다. 일반고에 특수과를 설치하는 ‘특수목적고’의 경우 준비가 덜 되면 자칫 보통과와 특수과 모두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애월고는 미술과 신설(2반)로 6개 반인 보통과가 4개로 줄어들게 되는데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도교육청은 막무가내 ‘강행(强行)’을 고집하고 나섰다. 강시영 정책기획실장은 오는 10월 2차 추경에서 예산을 확보해 11월부터 시설공사를 진행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투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다.
오기(傲氣)의 발로인지 무슨 속셈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혹시 학생들을 ‘볼모’로 삼아 예산 통과를 압박하는 것이라면 도의회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모독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평소 ‘배려와 협력, 소통’을 강조하던 이 교육감의 철학과도 맞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