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소주’ 인수 나선 이마트의 셈법
유통공룡인 이마트가 ‘제주소주’ 인수에 나섰다. 이마트는 지난 9일 제주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제주소주와 주식매매 가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추가 협의 및 실사 등을 거쳐 최종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소주시장에 ‘지각변동(地殼變動)’이 예상된다.
제주소주는 ‘한라산소주’에 맞서 2011년 자본금 25억원으로 설립됐다. 당시 설립 배경 및 향후 전망 등을 놓고 말들이 많았지만 제주소주 측은 이를 밀어 붙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고작 1억4000만원 매출에 당기순손실만 32억원에 달한 것이 제주소주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제주소주는 여러 기업에 인수 제의를 했지만 대부분 거부당했다. 기존의 ‘성적표’를 보고 인수(引受)에 뛰어들 기업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마트의 ‘셈법’은 달랐다.
이마트는 제주소주 인수 시 ‘청정’ 이미지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제주 물이 갖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활용해 장기적으로 물이나 음료사업 진출의 발판으로 삼기 위한 ‘전략적 포석(布石)’으로도 읽혀진다.
인수 의사를 표명한 9일 이마트 측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제주소주를 탄탄한 향토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제주지역 인재를 선발 채용할 방침임을 밝힌 것이다.
특히 제주소주를 경쟁력 있는 2차 산업 모델로 키워나감과 동시에 상품과 한류(韓流) 콘텐츠를 결합해 6차 산업 모델로 육성할 의지를 내비쳤다. 이와 함께 중국과 베트남 등 이마트가 진출한 국가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등 제휴를 맺고 있는 대형 유통채널과의 OEM 등을 통해 대규모 수출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마트의 제주소주 인수가 가시화되면서 한라산소주 측도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기존의 제주소주는 경쟁 상대가 안 되지만 유통공룡(恐龍)인 이마트의 가세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이마트의 전방위 마케팅이 힘을 받으면 향토기업인 한라산소주에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란 게 상당수의 시각이다.
관건은 향후 이마트의 태도에 달렸다. 제주소주 인수 후 자신의 잇속 만을 채울 것인지, 아니면 지역과의 상생(相生)을 추구해 나갈 것인지에 따라 그 결과 역시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