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에 대한 道의 ‘진정성’은 과연 뭔가
원희룡 제주지사가 해군 측에 강정마을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권(求償權) 청구소송’ 철회를 촉구한 것은 이달 3일이었다. 강정 해군기지에서 열린 제17회 함상토론회를 통해서다. 우리는 원 지사의 ‘소신 발언’을 지지하며 뭔가를 이루지 않겠느냐는 큰 기대를 가졌다.
그랬던 제주도가 이번엔 주민들이 설치한 시설물 철거를 위해 예비비 1억원을 긴급 투입키로 결정했다. 원 지사의 결재까지 이미 받았다고 한다. 명분(名分)은 내년 7월(올해 7월이 아니다) 개항하는 크루즈항의 각종 지원시설 사업을 내세웠다. 궁색한 변명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강정’을 바라보는 원희룡 지사 및 제주자치도의 ‘진정성’은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앞선다.
중덕삼거리에 설치된 컨테이너와 파이프 천막 등의 시설물은 ‘구상금 청구’에 대한 주민들의 ‘마지막 항의’ 수단이다. 강정마을회가 “시설물 자진 철거에 앞서 구상금 문제 해결 등 해군의 행태를 바로 잡는 게 우선”이라고 밝힌 것에서도 그 이유가 드러난다.
현재 해군이 1차로 청구한 금액은 무려 34억5000만원이다. 구상금이라기보다 반대 주민들을 옥죄는 ‘족쇄’나 다름없다. 그것도 이번 구상권 청구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한다. 한번 ‘본때’를 보여주기 위한 심산일지는 몰라도 마을주민들, 즉 백성은 ‘본때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제주도가 서귀포시 요청으로 예비비 1억원을 긴급 투입키로 한 것은 해군의 ‘협박’에 동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도 관계자는 “크루즈항이 내년 7월 개항(開港)하는데 도로가 안 되면 (관광객을 실어 나를) 대형버스가 운행할 수 없다”며 더 지체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이게 도민의 세금으로 녹(祿)을 먹는 제주도 공직자의 인식이라니, 어처구니가 없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해군의 ‘꼭두각시’처럼 놀아나는 서귀포시와 제주도 공무원의 눈엔 강정주민들의 눈물겨운 ‘생존권(生存權) 싸움’이 보이지도 않는 것인가. 우는 사람들을 달래는 것은 뺨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같이 울어주는 것이다. 이 시점에 해군이 요구한다고 계고장이나 전달하고 행정대집행 운운하는 것은, 마치 ‘노란 완장을 찬 용역(用役)’을 연상케 한다.
우리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싸움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제주도와 서귀포시의 행태가 이를 꼭 빼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