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항,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16-06-09     한경훈

크루즈산업 활성화 주요 목적 
관광객 증가·선박 대형화 추세 
개발구상 배경, 시설 확대·재편 

면세점 업계 ‘크루즈 파이’ 독식 
불합리 구조 타개없이 사업 추진 
설득력 없어, 제주도정 분발 절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 애써 한 일을 남이 가로채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죽도록 고생하고 희생한 이는 따로 있는데 옆에서 구경하던 이가 더 큰 몫을 챙기면 그보다 배 아픈 일이 없을 것이다. 몫을 챙긴 이가 ‘나눔’에도 인색하면 복장이 터진다. ‘불공정 분배’라고 문제 제기하고 분노할 만하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제주신항 개발사업이 그 짝이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규모 공공예산이 투입되는 개발사업 경제효과가 특정 업계에 집중되면서 도민들이 허탈해 할지도 모른다.

제주신항 개발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크루즈 관광산업 활성화다. 세계 크루즈 관광객 증가와 선박 대형화 추세가 신항 개발 구상의 배경이다. 여건 변화에 대응해 제주항 크루즈시설을 확대·재편하겠는 것이다.

2015년 285회이던 제주항 크루즈선 입항횟수는 2030년에는 638회로 15년 새 약 2.2배 증가할 것으로 제주도는 전망한다. 같은 기간 크루즈관광객은 59만명에서 166만명으로 3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따라 2030년 무렵에 제주항 크루즈 선석은 4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주도의 판단이다. 제주신항은 크루즈부두를 탑동항만으로 이전해 22만t급 1선석과 15만t급 3선석으로 총 4선석을 갖추는 것으로 계획됐다. 현재 제주외항 크루즈부두는 8만t급 1선석과 서방파제 배면에 임시 1선석을 운영 중에 있다.

제주도는 제주신항이 개발되면 크루즈관광 활성화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강조한다. 크루즈 여행객 소비지출에 따른 경제효과는 2030년까지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파이’를 누가 가져가느냐는 것이다. 제주 크루즈 관광산업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 열매는 면세점 업계가 독식하다시피 하는 것은 주지(周知)의 사실이다. 최근 제주에 오는 크루즈 관광객의 평균 체류시간은 6시간 정도다. 머무는 시간이 짧다보니 관광객들은 대개 제주항 인근의 무료 관광지 몇 곳을 둘러보고 면세점 쇼핑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고 한다. 면세점에서 초콜릿과 과자, 심지어 비면세품인 김까지 판매하면서 주변 상권은 ‘낙수(落水) 효과’조차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면세점에서 웬만한 물품을 다 팔아 크루즈 관광객이 주변 상권에서 살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신항 건설로 크루즈 관광이 활성화된들 지역상권에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은 뻔하다. 개발사업에 따른 이익의 대부분은 면세점 업계가 취하고, 도민들은 환경훼손 피해만 떠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주신항은 대규모 해양 매립을 전제로 하는 사업이다. 크루즈 관광객 쇼핑이 면세점으로 몰리는 현실을 타개하지 않으면 적어도 크루즈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제주신항 개발사업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본사 주관으로 지난 3일 열린 ‘민선6기 2주년 정책토론회’에서 양승석 제주중앙지하상가조합 이사장은 “크루즈 관광객을 지역상권에 억지로라도 보낼 수 있는 방법 연구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크루즈 입항계획을 받을 때 관광지와 지역상권 연계 계획을 따져 좋은 조건을 제시한 선사에 선석을 우선 배정하는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지역상권과 면세점 취급 품목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크루즈 관광객을 ‘그림속의 떡’ 보듯 해야 하는 지역상권의 갑갑한 심정을 대변한 것으로 본다.

제주도정의 분발이 절실하다. 단순히 관광객 수만 가지고 지역경제 파급효과 운운하는 것은 이제는 먹히지 않는다. 크루즈 관광객을 지역상권으로 돌릴 수 있는 세밀한 전략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제주도가 제주신항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개발사업이 지역상권에 획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런 노력이 없이는 신항 사업에 대한 도민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없다.

면세점 업계도 ‘크루즈 파이’를 더 크게 하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지역상권과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영업 수익금 지역사회 환원사업도 시늉에 그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벌여야 할 것이다.